탄소제로 달성 목표 시점·구체적 실천 방안 없어
전 세계 백신접종률 내년 중반까지 70%로 다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20 정상들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치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합의를 준수하기로 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고 이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2015년 합의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아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1.5℃를 지향하기로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 목표를 1.5℃로 낮춘 점에서 진전이 있다는 평가다.
정상들은 신규 해외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도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축하는 데도 합의했다.
G20 정상회의를 주재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회의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오늘 우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목표와 비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밖에 G20 정상들은 내년 중반까지 전 세계 백신 접종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도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또 글로벌 법인 최저세율을 15%로 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그러나 공동선언문 발표 이후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시간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탄소제로 달성 시점을 2060년으로 제시했고, 인도와 러시아는 시점 설정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공동선언문에는 ‘이번 세기 중반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표현이 담겼다. 공동선언문 초안에 2050년이 명시됐었지만, 국가 간 이견으로 최종안에 빠진 것이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JN) 사무총장은 기후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경고했었다.
구체적인 실천 과제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기로 했고,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역시 중기적 목표를 갖고 추진한다는 모호한 선언에 그쳤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희망을 달성하지 못한 채 로마를 떠난다”고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체성이 결여된 ‘반쪽짜리’ 공동선언문에 그친 배경에 탄소 배출과 경제발전 관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이 탄소 배출 삭감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에 더 많은 책임과 재정지원을 요구한다. G20 내 선진국들은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 비용으로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작년까지 지원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G20 정상들이 국내총생산(GDP)의 1%를 온실가스 감축 비용으로 개발도상국에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20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이번 회의를 미국 리더십 재건의 무대로 활용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화살을 중국과 러시아로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나서지 않은 데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G20에 대면으로 참석하지 않고, 합의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