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국 민주당, 100년 과세 역사 뒤집는 ‘억만장자세’ 추진

입력 2021-10-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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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 막히자 억만장자 미실현이익 노려
10억 달러 이상 자산 보유 등 슈퍼리치 700명 대상
바이든 "매우 긍정적이고, 내 희망"
팔지 않은 자산에 세금 매기는 방식, 양도소득세 개념 반해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이 21일 의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이 21일 의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번 주 사회복지 법안 처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자금 조달을 위해 100년 과세 역사를 뒤집는 억만장자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이 바이든표 사회복지 법안에 대한 협상을 몇 달간 진행한 끝에 억만장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으며 만일 억만장자세가 실현되면 100년 과세 역사를 뒤집는 엄청난 변화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3조5000억 달러(약 4079조 원)라는 막대한 예산 규모와 법인세 인상을 골자로 한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민주당은 규모를 2조 달러까지 축소하고 재원 마련 방안도 법인세 인상 대신 억만장자세 도입으로 우회하려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10억 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이거나 3년 연속 1억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린 자를 대상으로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연초와 연말 자산을 따져 차액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자산 가치가 올라도 소유주가 매각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계획은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도했으며, 극부유층 700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법안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에서 뉴저지로 이동하는 도중 기자들에게 “매우 긍정적이며, 그게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억만장자세가) 아마도 도입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억만장자세는 10년간 2000억~2500억 달러의 세수을 올릴 것이다. 이는 사회복지 법안 자금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금액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도입도 함께 주장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CNN에 “부유세라기보다 예외적으로 부자들의 미실현 자본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라며 “이는 억만장자들의 소득 중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본이익을 취하고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억만장자세가 소득 개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자산을 팔 때 해당 가치에 세금을 매기는 게 100년도 더 된 양도소득세의 역사인데, 억만장자세는 이 개념에 반하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올랐다는 사실이 자산 보유자가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닌 만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납세 전략에 능통한 최상위 부유층들이 정부의 과세 정책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금정책센터의 리어나드 버먼 애널리스트는 “과세에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대상자들에게 소득과 자산을 그 기준 밑으로 유지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주게 될 것”이라며 “고소득층, 다시 말해 납세 신고서에 들어가는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을 잘 분류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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