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대처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법대로라면 처벌 '1호'라는 불명예를 짊어질 기업은 복불복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철강업계 관계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3개월 뒤 시행된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법의 과도한 내용과 불명확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하거나 ‘가습기 살균제 참사’처럼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통과시키며 “여전히 후진적인 산업재해가 그치지 않고 있어 이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 틀을 갖추자는 취지로 입법이 이뤄졌다”라고 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올해 들어서도 산업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6월 말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5만8670명의 근로자가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을 얻었다. 일하다 목숨을 잃은 근로자도 전년보다 3.3% 늘어난 1137명에 달했다.
경영계는 사내 안전 체계를 재점검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법과 시행령에 모호한 조항이 많고, 기업에만 과한 책임을 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재해 발생 시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고, 근로자의 안전 수칙 준수도 의무화하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시행령은 안전보건 의무와 관계 법령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들이 법을 어떻게 준수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도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의 본보기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며 “법과 시행령 조항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대응에 어려움이 있지만,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동계도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다.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뇌ㆍ심혈관 질환이 제외됐고, ‘안전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조항도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껍데기뿐인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으로는 매년 2000여 명이 죽는 노동 현장의 안전보건을 개선할 수 없다”라며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