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등 탄소배출의 여지를 모두 없애고 진정한 ‘넷제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각에선 발전부문과 산업계의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성급하고 무리한 목표 설정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탄소중립이 분명히 가야 할 길인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관련 기술 개발 등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 조성은 여전히 헤쳐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18일 탄소중립위원회가 공개한 2가지 시나리오는 모두 2018년 2억6960만 톤 이산화탄소상당량(CO2eq)에서 2050년 국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발표했던 3가지 안에서 최대 2540만 톤까지 탄소 배출을 허용했던 여지를 모두 없앴다.
A안과 B안은 모두 석탄 화력 발전을 전면 중단한다. A안은 발전 전환 부문의 배출량은 0으로 만들고 산업 부문은 기존 5310만 톤에서 5110만 톤으로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다. 이외 부문은 배출량을 0으로 만들었던 기존 시나리오 3안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B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는 대신 일부 액화천연가스(LNG)의 배출량을 남겨둔다. 또 수송과 수소 부문에서 일부 배출량을 허용한다. A안은 무공해 차량을 97% 이상 도입해 사실상 전면 전기·수소차로 바꾸는 반면 B안은 대체연료(E-fuel) 사용 내연기관차를 일부 활용한다. 수소 부분은 A안이 국내 생산 수소를 100% 수전해 수소(그린 수소)로 공급하는 반면 B안은 일부를 추출·부생 수소로 공급한다.
일부 배출량 허용에도 불구하고 A안과 B안 모두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의존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A안은 CCUS를 통해 총 5510만 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제거하는 대신 B안은 8460만 톤에 달한다.
탄중위는 국내·외 해양 지층 등을 활용해 최대 6000만 톤을 저장하고, 광물 탄산화, 화학적 전환, 생물학적 전환 등으로 2520만 톤 등 총 8520만 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계는 앞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더불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무리한 목표라고 우려했다. 특히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감축량이 더욱 많아진 만큼 구조 개편과 기술 개발 등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보다 높고 탄소 배출 효율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고 상용화도 서둘러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탄소중립은 꼭 이뤄야 할 과제지만 이를 국내 사정에 맞게 잘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임은 분명하고, 탄소중립, 신재생을 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고 국가적 측면에서 새로 도약할 기회, 신성장 동력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경제와 산업이 향후 30년간 (탄소중립에 맞춰)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인데 우리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는 것이 숙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