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 원자재 등의 대폭적인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공급충격(Supply Shock)를 겪고 있다. 공급충격이란 원유와 원자재 공급이 기업들의 비용과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산출량이 감소(Stagnation)하고 물가 수준은 증가(Inflation)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기에는 금이나 부동산 같은 실물 가격이 오르고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통장에 현금을 가진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산을 지키려면 인플레이션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율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금융 정책을 시행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시장의 재화 및 서비스 수요 감소와 기업들의 생산 활동 위축 우려까지 더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인지하고 이에 맞는 투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시작된 인플레이션...물가, 얼마나 더 오르나?
14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김동의 NH투자증권 골드넛WM센터 부장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월 대비 5.4% 상승했고 3~4개월째 5%대를 기록한 것을 놓고 봤을 때 이미 인플레이션이 많이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향후 인플레이션율은 낮아지겠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4%대 후반을 예상한다”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 많다”고 지적했다.
김종찬 하나금융투자 압구정금융센터 상무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르고 있다”며 “즉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으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미리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석탄, 가스, 석유, 구리, 리튬 등 최근 원자재 급등 영향으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이라면 이는 경기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며 “하반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연쇄적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가치株 등 각양각색 투자 추천
김영익 교수는 “내년 경기 둔화를 예상할 때 성장주보다 가치주 비중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은 “오히려 인플레이션 구간에서 가치주보다는 저평가 성장주 흐름이 더 좋았던 사례도 있다”며 “무조건 가치주를 관심있게 봐야 한다는 건 트렌드가 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찬 상무는 “만약 하반기의 인플레이션이 우려가 된다면 가치주 위주의 투자전략이 좋다는 생각보다는 연말 배당을 고려한 은행주, 보험주 등 금융주 투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의 부장은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응해 물가 상승률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며 “가령 나이키나 애플 같은 미국 기업의 경우 물건값을 비싸게 할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오른 물가를 소비자에게 넘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의 주가는 시장의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로 이미 가격이 빠졌지만 2차전지의 성장성이 집중 받고 있는 점을 살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金 투자 권유, 달러 가치 하락 대비해야
김종찬 상무 “정말로 인플레이션 공포 상황이라면 주식에 모두 투자하는 것보다 인플레이션 헷지 기능이 있는 금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자산관리 전략이라고 보여진다”며 “특히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금 현물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호 팀장과 김영익 교수 역시 “금은 실물자산 매력이 있어서 포트에 가져가도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달러가치 하락 예상으로 일부 자산 금 투자를 권유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김동의 부장은 “금 수요가 증가하는 환경에도 1800불 이상을 잘 못 넘는 거로 보면 금의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이미 서부산 텍사스유(WTI)도 배럴당 80불을 넘기며 고공행진 중인 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나이키, 애플 등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거나 달러로 갖고 있던 것도 방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