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글로벌 원전] 세계 각국, 속속 원전 지지 대열 합류…소형 원자로, 기후변화 해법 각광

입력 2021-10-0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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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영국 총리 “더 많은 원전 세워야”
백악관 "기존 원전, 필수적 전력원 될 것"
머스크 "안전하게 작동하는 원전 폐쇄할 필요 없어"
버핏, 빌 게이츠 등 SMR 건설 나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인들의 원자력발전에 대한 태도가 점점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전력난과 인플레이션 등 온갖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원전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형 모듈 원자로(SMR)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금 필요로 하는 장기 투자를 한다면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전 정부는 원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을 오랫동안 주저했지만, 영국은 더 많은 원전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원전을 이번 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부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자력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으며 스위스 유권자들은 단계적인 원전 폐쇄 일정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캐나다는 첨단 원전 기술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말 SMR 건설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로드맵을 수립했다. 10개 주(州)중 4개 주 정부가 원전 지지에 나서는 등 정치적 원군도 늘어가는 상황이다. 시무스 오레건 캐나다 천연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원자력 없이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 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면서 “(원전은) 이미 입증됐고, 안전하다”고 역설했다.

캐나다 정부는 액체 연료를 이용한 용융염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는 벤처기업 테러스트리얼에너지(Terrestrial Energy)에 1600만 달러(약 190억 원) 자금도 지원했다. 이 회사는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이르면 올해 말 첫 소형 원자로 배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탈탄소 정책에서 원자력이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지나 매카시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은 5월 “기존 원전이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허용되는 범위라면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전력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원전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이 같은 기류에 힘을 싣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8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코드콘퍼런스에서 전기차 시대 도래에 따른 전기 수요 증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원전을 많이 건설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안전하게 작동하는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력업체들은 비용 초과와 건설 지연 등을 이유로 대형 원자로 건설을 중단하고 있지만, 원자력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대신 새로운 냉각재를 활용한 소규모 원자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퍼시픽코프 등 전력 컨소시엄과 일부 미국 전력업체는 SMR 건설에 나섰다. 이들은 탄소 배출 없이 하루 24시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SMR을 선택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부터 작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SMR 개발사 수십 곳도 현재 효율적인 원자로 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게이츠와 버핏이 투자하는 SMR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만큼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뿐더러 모듈식이어서 부품 대부분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소형인 덕분에 집중적인 유지 보수의 필요성도 과거보다 줄었다. 지하 거대 수조에 넣어서 운영하기 때문에 기존 원자로보다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SMR를 당장 활용할 수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SMR 테스트 중 어느 것도 아직 미국 규제 검토 프로세스를 완전히 통과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초의 SMR는 일러도 10년 내로 고객들에게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많은 SMR 제조사들이 영업 기밀을 이유로 사업에 대한 정확한 가격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천만 달러에서 최대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여전히 전력업계가 SMR에 거는 기대는 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대형 원자로보다 낫다는 평가다. 6월 와이오밍주에 SMR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게이츠는 “우리는 (SMR에 활용되는) 나트륨이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생산된 전력 단위당 사망자 수를 보면 원자력이 실제로는 가장 안전한 형태의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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