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카터와 바이든의 평행이론

입력 2021-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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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조 바이든이 실패한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미 카터와 평행이론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재점령당하면서 빚어진 극심한 혼란과 미국의 충격적인 무능한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카터 정부 당시의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를 떠올리게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0년에 걸쳐 1조 달러 이상을 쓰고도 아프간에서 철수한 비극적인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모기를 미국이라는 코끼리가 잡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여줬다”며 “바이든은 ‘카터 모멘트’를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이 카터보다 더 못하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카터는 이를 포기해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이루면서 민주주의도 잘 작동하는 국가가 됐는데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을 고집하다가 이 사달을 냈다는 것이다. 더힐은 ‘대만’도 언급해 바이든이 대만을 수호한다는 약속을 지킬지 의구심을 보였다.

아프간 철군 이후에도 외교 방면에서 계속되는 삽질은 아직 집권한 지 1년도 안 된 바이든이 벌써 카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바이든의 실수는 미국과 호주, 영국의 새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출범을 둘러싼 혼란이다.

오커스 첫 구상으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미국이 지원하기로 하면서 프랑스가 호주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 호주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이 파기됐다.

바이든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 ‘동맹과의 관계 복원’인데 어째 프랑스를 물 먹인 모습은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핵잠수함 관련 프랑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았다면 ‘비열한 행동’이다. 프랑스가 이례적으로 주미 대사를 소환하는 등 격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바이든 행보를 보면 전자 쪽으로 자꾸 쏠린다.

오커스 자체만 해도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상식적으로 동맹을 더 넓혀나가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수월하지 않을까. ‘파이브아이즈’와 ‘쿼드’까지 있는데 앵글로색슨 동맹을 새로 구성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서구권 국가들이 중국과 더 친해져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에 이어 독일도 반발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오랜 외교 고문인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전 유엔 주재 독일 대사가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와 똑같은 방식으로 동맹국들을 대하고 있다”며 “오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파트너들에는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석방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과의 전화 회담에서 멍완저우 문제를 꺼냈으며 이에 바이든이 중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2명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백악관이 죄수 교환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기다. 멍 부회장은 영업기밀 절취, 범죄 수사 방해, 이란 제재 회피 지원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심각한 혐의인데, 바이든이 사실상 시진핑 한마디에 멍완저우를 석방한 셈이다. 인권 침해,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하면서 실상은 전혀 다른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중국이 멍완저우 석방에 승리했다며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외교는 물론 경제 방면에서도 바이든이 카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카터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잡아내지 못해 재선에 실패했는데 지금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세계 곳곳에 있지만,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심하다”며 “이런 높은 물가상승률은 바이든의 야심에 찬 경기부양책은 물론 다른 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바이든 행정부는 많은 경제적 골칫거리에 직면했지만,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계속 뛰면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바이든은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의 무능이 계속되면 우리는 2024년 트럼프가 재선돼 세계가 다시 불확실한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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