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인수 후보로 떠오른 업체들의 사업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시적인 국유화, 정부와 민간의 지분 참여, 산업은행의 지원 등이 거론된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자금력만을 기준으로 쌍용차를 성급하게 제삼자에 매각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와 마힌드라 모두 거대 기업이었던 만큼, 단순히 자금을 더 많이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쌍용차를 맡겨선 안 된다는 논리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시 방편형이나 소탐대실형 매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며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업체, 단기 차익만 계산하는 자본가나 자동차 업체 경영 경험이 일천한 기업에 쌍용차를 매각하면 수년 후 또 다른 실패 사례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노동계에서는 일시적인 국유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빌려준 1900억 원을 출자전환해 가칭 ‘한국자동차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오민규 노동자연구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외국계 투자 자본을 상대로 ‘언제든 국유화할 수 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며 “한시적인 국유화로 시간을 벌고, 노사정을 비롯한 사회적 토론으로 가장 좋은 대안을 결정하는 방식”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2009년 제너럴 모터스(GM)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을 신청하자 미국 연방정부는 495억 달러(약 55조 원)를 투입해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의 국유화다. 미 정부는 경영 정상화에 나선 뒤 2013년 12월 보유 지분을 최종 처분하며 GM을 다시 민영화했다.
다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를 국유화할 순 있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을 구조조정 할 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로서는 택하기 어려운 방법이다"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광주형 일자리’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정부와 지자체, 노조, 민간이 지분을 함께 소유하는 방법도 또 다른 대안이라고 언급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광주시, 현대차, 광주은행 등 37개 투자자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GGM처럼 경기도와 노조 등이 자금을 조성해 쌍용차 주식을 인수하자는 주장인데, 이 역시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비판도 있다. 자칫 주인은 다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져 경영상 판단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을 허용해 쌍용차의 숨통을 먼저 틔워줘 안정적인 생산을 유도한 뒤 회생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1900억 원에 달하는 산업은행 대출금을 출자 전환해 부채 비율을 낮추거나,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까지 운영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