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불거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 그룹(Evergrade)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미국이 테이퍼링을 공식 예고하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110선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미중의 위험(리스크)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분하다.
헝다 그룹의 파산 우려가 불거지면서 세계 증시는 먼저 충격을 받았다. 헝다그룹 파산설이 확대됐던 지난 20일 항셍지수는 3.3% 떨어졌다. 스탠다드앤드푸어(S&P500)와 나스닥(NASDAQ)도 전장보다 각각 1.7%, 2.2% 내려가면서 미국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테이퍼링은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는 연준의 매파적인 모습이 감지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점도표상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내년으로 앞당겨졌다.
국내 증시는 출렁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08% 떨어진 3110선으로 밀려났다.
증권가에서도 이같은 외부 리스크를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헝다 그룹 문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유동성 위기와 연결된 구조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이자 만기가 돌아오거나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제도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헝다 그룹) 처리 결과에 따라서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연준의 테이퍼링과 헝다 그룹 관련 불확실성은 오늘 장에서 일정 정도 반영됐다”며 “당분간은 헝다 그룹과 관련한 중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적어도 테이퍼링 과정은 주식시장에 선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글로벌 경기와 기업 실적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도한 비관론이 나올 시점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그룹은 중국 정부의 공동 부유, 민간 기업 국유화 과정 중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며 “단기적으로 헝다 그룹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헝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시장의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전체적인 신용 위험이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연내 실시 가능성이 이미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지 않겠지만 불확실성 해소 요인이라고 판단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