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손자회사 키우기에 나섰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와 스니커즈 리셀(되팔기) 등 전 세계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겠단 의도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는 지난 17일 자회사 네이버제트에 105억 원의 자금을 대여했다. 목적은 ‘운영자금 대여’로, 네이버제트가 빌린 자금 총액은 180억 원으로 늘었다.
네이버제트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5월 1일을 기일로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물적분할했다. 글로벌 이용자만 2억 명에 달하고, 랄프로렌부터 크리스찬 루부탱, 디오르, 구찌 등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와 협업하며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주주로는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와 YGㆍJYP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연예기획사가 참여했다. 다양한 K팝 콘텐츠 사업에 나설 기반도 다진 셈이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운영회사 ‘크림’에도 자금을 대거 투입했다. 스노우는 올해 초 200억 원을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출자한 데 이어, 8월과 9월에 각각 200억 원, 50억 원의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
올해 1월 1일 자로 스노우에서 분할한 크림은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리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크림 이용자도 급격히 늘었다. 공식 론칭 후 1년 만에 거래액이 누적 27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지분 전체를 80억 원에 사들였다. 사업 시너지를 전략적으로 강화하려는 조치다.
네이버가 손자회사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자회사 스노우 밑에 딸린 회사를 중심으로 성장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모양새다. 스노우가 가진 회사는 지난 분기 기준 8곳이다. 네이버제트와 크림 외에도 △케이크(영어회화 교육) △플레이리스트(종합 콘텐츠 제작) △네이버핸즈(사회적기업) △세미콜론스튜디오(콘텐츠 제작) △스프링캠프(벤처 투자) 등이 있다.
손자회사를 중심으로 네이버는 미래 먹거리를 발 빠르게 확보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는 회사들이 포진해있는 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단 판단이 유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노우 계열사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 회사의 타겟 이용자층이 글로벌ㆍMZ세대”라며 “제페토의 경우 이용자 90%가 해외 접속자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노우에 ‘총알’을 대거 몰아주는 이유다. 네이버는 올해 2월 스노우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200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스노우에 투자한 금액은 총 4470억 원에 달하게 됐다. 또한, 스노우는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는 올해 초 100억 원의 자금을 빌렸다. 빌린 금액만 다 합해도 400억 원 규모다.
네이버는 연구개발(R&D)과 인재 확충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우 지속해서 개발 관련 자금이 투입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향 기술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크림의 경우 “플랫폼 R&D와 인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제조업 관점에서 보면 이들(손자회사 사업)이 신성장동력, 새로운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며 “플랫폼이 궤도에 올랐을 때부터 사업 모델이 돌아가는 만큼, 한동안은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며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