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의 탄생이다. ‘오징어 게임’이란 자극적이고 신선한 소재 그리고 스크린에서 많이 보던 명배우들의 열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개 등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다.
공개 이후 국내는 물론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두고 외신들도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며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왠지 모를 찝찝함은 지울 수 없다. 일각에서는 표절 의혹, 불편함을 유발하는 시대착오적 설정과 대사 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과거 일본이 주도하던 ‘데스 게임’ 콘텐츠를 ‘한국형 데스게임’으로 그려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K콘텐츠의 붐과 맞물려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인기 작품 1위에 올랐다. 인기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와 최근 공개된 새 시리즈 ‘클릭베이트’를 제친 기록이다. 지금까지 국내 넷플릭스 드라마가 미국 넷플릭스에서 기록한 최고 순위는 지난해 12월 ‘스위트홈’이 달성한 3위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14개국에서 1위를 휩쓸었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39개국에서는 2위에 올랐다.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로는 2위를 기록 중이다.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 작품의 만족도를 신선도로 평가하는 미국 로튼토마토닷컴에서도 최고 점수인 신선도 100%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비평사이트인 IMBD에서도 10점 만점에 8.3점을 받았다.
해외 매체들도 호평했다.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한 외부 기고문을 소개했다. 또 뉴욕포스트의 대중문화 전문 사이트 디사이더의 조엘 켈러 기자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스릴 넘치는 드라마로 승화시켰다”고, 프랑스 RTL의 아르메닉 빠르또노 기자는 “K드라마의 고전적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고 극찬했다.
‘오징어 게임’에는 거액의 빚을진, 벼랑 끝에 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은 여섯 개의 게임을 무사히 통과하면 456억을 벌 수 있는 달콤한 제안에 빠져든 것. 알고 보니 이 게임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이었고, 현실로도 되돌아갈 수 없는 절박한 사람들은 살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다.
게임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은 해봤을 법한 놀이로 진행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뽑기(달고나 모양 만들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등으로 친숙한 게임이다. 단순한 게임을 통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정한 경쟁을 벌여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이 같은 게임이 405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전한다.
한국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생존을 위한 극한 경쟁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단순 게임 속 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어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골목에서 하던 흔한 게임을 통해 한국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존재하는 적자생존의 논리와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노인 등 악전고투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은유적으로 묘사된 것이다.
화려한 비주얼도 자랑할 만 하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크기로 지은 거대하고 화려한 세트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게임 관리자들과 거대한 로봇, 테트리스 조각을 쌓은 것 같은 참가자들의 침대, 똑같이 입는 초록색 트레이닝복 등은 시청자들을 게임에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 모든 요소들은 현실을 반영한 ‘사회 축소판’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지적됐다. 여성, 외국인, 노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감상평이 많다. 몇 안 되는 여성 캐릭터 중 한 명인 ‘한미녀’는 편의를 위해 남성에게 ‘오빠’란 말을 남발하며 애교를 부리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성적 도구로 활용한다. 또 남성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약자로 전락하고, 팀을 구성하기도 힘들어 ‘민폐’ 캐릭터로 그려지지 밖에 않는다. 여기에 VIP 연회장에서 나체로 바디 페인팅한 여성들을 소품처럼 배치한 설정은 경악을 자아낸다. 그저 여성 캐릭터를 약자 및 피해자, 혹은 도구로서만 표현해 ‘여성 혐오’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도 한국말을 어색하게 구사하며 사장에게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일하는 어수룩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는 마치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던 2000년대 ‘개그콘서트’ 속 블랑카를 떠올리게 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희화하는 듯하다.
또 게임 속 일꾼들의 장기밀매 설정도 과하다는 평이다. 신체를 훼손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장기를 드러내고, “여자 시체에 돌아가며 강간을 했다”는 대사 등이 불쾌감과 혐오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데드 게임’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을 떠오르게 해 ‘표절 논란’도 따라붙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를 떠오르게 하고, VIP들이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게임을 관람하는 설정은 영화 ‘헝거게임’이, 게임 관리자들의 붉은 의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이, 도박 중독에 걸린 기훈은 일본 유명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유사하다.
작품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이와 관련해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5일 ‘오징어 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은 2008년부터 구상한 작품”이라면서 “2009년 대본을 완성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낯설고 어렵고 생경해서 투자도 안 되고 캐스팅도 안 됐다. 1년 정도 준비하다가 다시 서랍 속에 넣어놨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 이미 완성된 작품으로, 표절 논란이 인 작품들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황동혁 감독은 ‘신이 말하는대로’와의 유사성 의혹을 인지하고 있다며 “첫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을 뿐 크게 유사성은 없는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8년에 구상할 때부터 첫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정해둔 상태다. 영화나 만화가 공개된 것도 그 이후로 알고 있어서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이지 누가 따라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가 원조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