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최근 5년간 구매한 연구 장비의 외산 비중이 76.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출연연은 외산 장비 구매 비중이 95%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국내 연구장비 산업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4개 출연연이 최근 5년간 구매한 연구 장비(ZEUS 등록 장비)는 총 3345점으로 이 가운데 외산 장비가 2557점이었다.
특히 외산 장비구매 비중은 2018년 76.2%, 2019년 76.7%, 2020년 77.1%로 3년 연속 증가해 출연연의 수입 장비 의존이 고착화하는 추세다.
출연연별로 보면 한국천문연구원(59.2%), 한국건설기술연구원(59.5%) 2곳을 제외한 22개 기관의 외산 장비구매 비중은 모두 60% 이상이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100%),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97.3%), 한국생명공학연구원(93.4%), 한국표준과학연구원(89.9%) 순으로 외산 장비구매비율이 높았다.
과학기술 출연연 연구 현장에서 장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면서 전체 장비구축예산의 81%가 해외 장비 대금으로 사용됐다.
출연연이 연구 장비에 쓴 돈은 최근 5년간 총 8130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출연연들은 국산 장비구축에 1545억 원을 썼고, 외산 장비구축 비용으로 국산 장비구축 비용의 4배 이상인 6585억 원을 지출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작성한 ‘연구장비산업 혁신성장전략(안)’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R&D 예산을 통해 구축된 실험용 연구 장비의 70%는 미국(40.4%)ㆍ일본(16.7%)ㆍ독일(12.9%) 3개국 제품이었으며, 국산 제품 점유율은 16.5%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국산 연구 장비의 약세 요인으로 국내 장비 기업의 자체적인 기술혁신 능력 부족과 저부가가치 범용 장비 제품 위주 생산, 조립ㆍ판매중심의 국내 연구 장비 산업구조 등을 꼽았다.
정필모 의원은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 장비 개발을 장기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 장비 개발 및 고도화지원사업’이 지난해 처음 시작되는 등 연구 장비 지원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장비산업은 소재ㆍ부품ㆍ장비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반산업인만큼 기술개발 지원, 판로개척 등 국산 연구장비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