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아프간 경제 긴급진단…사빗 전 재무차관 “경제 붕괴 임박”

입력 2021-09-05 14:31 수정 2021-09-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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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빗, 모야 애널리스트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
“아프간 무역적자 비중 90% 달해”
통화가치 추락에 인플레 폭등 조짐
마약 거래 등 지하경제 성장 우려…국제사회에 경고

▲굴 막수드 사빗(왼쪽) 전 아프간 재무차관,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증권 애널리스트. 출처 페이스북/오안다 웹사이트
▲굴 막수드 사빗(왼쪽) 전 아프간 재무차관,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증권 애널리스트. 출처 페이스북/오안다 웹사이트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업을 마무리한 지 일주일 만에 현지에선 아프간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아프간 특성상 경제 붕괴가 임박했다고 예측한다. 5일 본지는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굴 막수드 사빗 전 아프간 재무차관과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의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사빗 전 차관은 아프간 경제 상황에 대해 “아무 대책 없이 현 상황대로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모야 애널리스트 역시 “국가 재정이 붕괴 직전”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정상적인 무역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빗 전 차관은 특히 수입과 원조에 의존하던 아프간 경제 특성에 주목했다. 그는 “아프간 교역에서 무역적자 비중은 90%에 달한다.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수입됐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30만 명 넘는 근로자에 대한 해외 지원이 중단됐고 수천 명의 아프간인을 고용해 괜찮은 급여를 제공하던 수백 개의 비정부기구(NGO)도 더는 아프간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아프간은 전체 노동력의 44%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 60%가 여기서 소득을 내고 있다. 농업을 제외한 산업 대부분은 원조에 의존한다. 국가 차입은 4월 기준 7억8400만 달러(약 9071억 원)에 달해 지난해 전체 3억3800만 달러의 두 배를 넘은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 국가 차입 현황. 단위 100만 달러. 올해 4월 기준 7억8400만 달러. 출처 세계은행
▲아프가니스탄 국가 차입 현황. 단위 100만 달러. 올해 4월 기준 7억8400만 달러. 출처 세계은행
그동안 미국의 지원 속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환율도 문제다. 6월 5일 달러당 78.45아프가니를 기록하던 환율은 3일 86.88아프가니까지 올랐다. 수출 무역이 많지 않다 보니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빗 전 차관은 “앞으로 통화가치는 크게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프간을 발판으로 경제 회복을 누리려는 주변국들에 대해선 사빗과 모야는 다소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모야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회로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탈레반과의 관계를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은 아프간과 기꺼이 무역할 것”이라며 “탈레반이 합법 정부로 승인되면 아프간에도 단기적인 구제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란이 아프간에 수출한 비석유 품목만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빗 전 차관은 “아프간의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고 빈곤 상황이 악화할수록 이란 품목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며 “이란의 대아프간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수년간 아프간으로 달러 유입이 원활했고, 이 중 일부는 교환거래를 통해 이란 통화에도 활력을 줬다”며 “이제 달러가 아프간에 유입되지 않는 만큼 이란도 추가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탈레반이 최근 뽑은 중앙은행 총재에 대해선 두 전문가 모두 “처음 들어보는 경험이 부족한 인사”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마약 거래 등 지하경제 활성화 조짐에 대해선 국제 사회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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