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명동] ‘백년가게’도 코로나엔 속수무책…노포 거리도 한산

입력 2021-09-01 05:00 수정 2021-09-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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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폐점한 전주중앙회관 명동점(왼쪽) 가게 입구에 폐자재가 쌓여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중단한 금강섞어찌개(오른쪽)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지난해 7월 폐점한 전주중앙회관 명동점(왼쪽) 가게 입구에 폐자재가 쌓여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중단한 금강섞어찌개(오른쪽)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코로나 전에는 외국인 단골손님까지 있을 정도로 붐볐지만 지금은 저녁에 한두 명만 와도 감지덕지다”

8월 30일 오후 다시 찾은 명동에서 ‘오래된 가게’를 뜻하는 노포(老鋪) 거리는 한산했다. 몇몇 가게들은 문을 아예 닫은 상태였다.

‘금강 보글보글 섞어찌개’ 가게는 녹슨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1987년 문을 연 이 가게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백년가게’로 선정할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지만 유명 노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1월 영업을 중단한 후 아직까지 다시 문을 열지 못해 가게 앞 골목길은 인근 사무실 직원들의 흡연 장소로 전락해버렸다. 이 골목에는 3층짜리 건물이 7~8개 있는데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195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전주중앙회관 명동점’은 아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곳 역시 2013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가 깊은 식당이었다. 특히 명동이라는 장소와 비빔밥이라는 메뉴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영업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이날 찾은 전주중앙회관 명동점은 폐업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각종 메뉴가 빼곡히 쓰여진 현수막과 폐자재들이 먼지가 쌓인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명동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노포 골목 모습 (박민웅 기자 pmw7001@)
▲명동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노포 골목 모습 (박민웅 기자 pmw7001@)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동7길 인근에서 16년째 순두부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요새 장사는 좀 어떠냐’는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손사래를 쳤다. 가게 내부에는 NHK, 아사히 등 일본 방송국의 맛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사진이 군데군데 붙어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가게에는 식사하는 손님은 단 두 명이었다. A씨는 “코로나 이전엔 일본인 단골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주변 공사장 인부나 직장인들만 온다”며 “400만 원의 임대료와 일하는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사실 손에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 옆에 대를 이어 64년째 운영 중인 ‘명동할머니국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새벽 6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해 밤 10시에 문을 닫던 가게는 이제 저녁 7시면 문을 닫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8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반짝’ 바쁜 점심시간까지만 5명이 일하고 손님이 빠지면 둘이서 가게를 지킨다. 매출도 코로나 이전 대비 90%가량 줄었다.

이 국숫집을 운영하는 B씨는 “한 때는 권리금 10억을 주고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잘 나가던 식당이었다”고 씁쓸해하면서 “올해는 끝나겠지 생각하며 2년째 버티고 있다. 주변에 함께 오래 장사해 온 노포 중엔 횟집 하나만 남았다”며 명동 내 오래된 가게들의 실정을 토로했다.

오늘 하루도 간신히 버텼다는 안도와 함께 옆 점포가 문 닫는 것을 망연자실 지켜만 봐야 하는 이곳 상인들이 바라는 건 어딜 가도 골목골목 사람이 가득했던 명동의 옛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A씨는 “지금 필요한 건 단발적인 금액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호소했다. B씨도 “지금껏 버티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면서 “명동에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인 홍보와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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