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결국 청년들이 유입돼야 한다. 농업에 디지털을 접목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힘들고 돈 안 되는 농업에서 편리하고 고수익 내는 분야로 탈바꿈시켜 청년들이 선망하는 블루오션으로 만들어야 한다.”
취임 1년을 맞이한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판 농업뉴딜’에 대해 강조했다. 디지털 농업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청년 농업인을 육성해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다.
허 청장은 “4년 전 인구학자인 서울대 조영태 교수가 초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농고 진학을 권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며 “농업 분야는 청년층 희소성이 크고 첨단산업이 융복합되는 농업을 선점하면 충분히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올해 7월 ‘청년농업인육성팀’도 신설했다.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과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2023년까지 청년농업인 1만 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 청장은 “청년농업인을 예비기, 준비기, 정착기, 성장기로 분류하고,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농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창업 준비부터 자립 경영까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기술협업을 통해 기술창업 보육기반을 확대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화는 사업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 청장은 2018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에 취임하면서 청년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대학생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진학했지만 정작 정부의 정책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일례로 청년농업인은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부분들을 알려주는 곳이 없어 잘 몰랐다는 것이다. 이후 청년들에게 혜택이 있는 정책 발굴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다.
농업뉴딜의 다른 한 축은 바로 디지털농업으로 청년농업인의 유입과도 맞닿아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고효율 스마트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결국 청년농업인의 성공도 디지털농업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허 청장은 “노지 농업은 농작물 생산에 있어 자동화·기계화 수준이 낮고 고강도·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데다 인공적으로 제어가 불가능한 생산환경을 갖고 있어 디지털화가 시급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수집해 관리는 ‘농업현장 데이터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먼저 25개 주요 작목과 기술에 대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작업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지능화는 물론 병해충 자동 진단기술, 자동 관수·관비 시스템 등 농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치유농업도 부각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2013년 1조6000억 원에서 2017년 3조7000억 원까지 늘었다. 이에 발맞춰 농진청은 올해 4월 ‘치유농업추진단’을 구성하고 다양한 연구와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허 청장은 “네덜란드의 경우 건강보험과 연계해 치유농업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치매와 정신 및 신체장애나 소방관이나 간호사 등 업무상 정신적 케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그 대상”이라며 “우리도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해 우울감, 폭력성 등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