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니스트 "한국도 미국 없으면 붕괴했을 것"
대만, 차기 시험대 될 것 관측도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나는 20년이 흐른 뒤에도 미군 철수에 적절한 시기가 없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며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나의 결정을 분명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의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아프간 함락이 예상보다 빨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와 관련해 국가를 탈출한 아프간 정부 지도부와 탈레반과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던 군을 비판했다. 그는 “사태가 예상 밖으로 급격히 진전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프간의 정치 지도자들은 포기하고 국외로 탈출했다. 아프간군도 포기하고 때론 싸우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정부가 포기한 전쟁에 미군이 싸워 목숨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며 “자국의 국익이 부재한 지역에서 머무르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마크 티센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비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WP에 “지난 2015년 1월 탈레반과의 전투작전은 아프간군이 전 책임을 맡았다. 이후 현지 미군 전사자는 연평균 17명으로 급감했지만, 지난 5일 약 2600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같은 기간 아프간 군인들은 5만3000명~5만7000명이 탈레반과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프간 군대는 6년 넘도록 싸움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미국의 지원으로 탈레반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임무 계획, 정보, 공중 지원을 철회했을 때에야 아프간군이 압도당했다”며 “아프간 사람들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비방’”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군대가 싸울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원 없이는 자력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것이 비단 아프간뿐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티센은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동맹국은 전 세계에 단 한 곳도 없다”며 “우리가 70년 이상 한국과 일본, 독일에 미군을 배치한 이유이며, 오늘날 전 세계 170개국에 17만 명 이상의 현역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티센은 “한국 역시 미국의 도움 없이 아프간과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빠르게 붕괴했을 것”이라고 콕 집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아프간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금세 붕괴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만약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전부 한반도를 떠났다면, 한반도는 북한의 지배 아래에 빠르게 통일됐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프간에서의 일방적인 철수 조치를 두고 미군 의존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동맹국에서의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을 받는 대만이 차기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환구시보는 ‘어제는 사이공, 오늘은 아프간, 내일은 대만?’이라는 문장이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됐다고 꼬집었다. 대만 내부에서조차도 아프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