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도 국내법 적용해야”
해외건설 공사에 참여했던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이 불공정 하도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건설 불법 하도급 차단방안을 발표했으나 해외건설 현장은 법 테두리 밖에 놓여 있어 예방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건설사들은 하도급 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분쟁 시 소송은 해외 중재로 해결한다는 부당특약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A건설이 해외현장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로 증인대에 섰다. 2014년 수행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PP-12 복합화력발전소 공사에서 B업체는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하면서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피해 손실액은 169억 원에 달한다.
C업체는 D건설의 해외공사에 참여했다가 1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삭감당하고 현장에서도 쫓겨났지만 ‘분쟁 시 제3국에서 소송을 한다’라는 부당특약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해보지 못했다.
해외에 법인을 둔 하도급 업체의 경우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이나 부당한 위탁 취소(계약 해지나 준공한 건축물 인수 거부) 등 불공정 행위를 당해도 국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법원을 통해 대금청구를 하더라도 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해 공사대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게 피해 업체들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광주에서 발생한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공사 불법 하도급 차단방안’을 마련해 10일 발표했다. 불법 하도급 공사에서 인명 사고가 일어나면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내 건설사라 하더라도 해외건설 현장에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도급 업체가 원청회사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신고하려면 관련 법규에 따라 해당 공정에 대한 건설업 면허 또는 등록을 하고 있어야 하고, 국내 사업자여야 한다. 하지만 해외 현지법인의 형태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현장에서 발생하는 위법행위도 하도급법 위반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서구 하도급선진화연구원 원장은 “처벌이 엄격하면 억제 효과가 크지만, 고작 벌금 몇백만 원에 솜방망이 처벌인 경우가 많다”며 “해외법인이라고 해도 국내업체면 법이 적용되도록 하도급업체의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