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선사인 HMM이 해원노조(선원노조)와의 마지막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실패했다.
해원노조와 앞서 협상에 실패한 육상노조는 파업 의사를 밝히고 있어 HMM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HMM 창사(1976년) 이래 첫 파업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받을 피해는 상당할 전망이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HMM 해원노조와 사측이 이날 오후 3시 진행한 임단협 4차 교섭은 결렬됐다.
사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해원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한다.
이날 협상에서 노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생수비 지원(인당 하루 2달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임금 5.5% 인상, 격려금 100% 지급 등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는 HMM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큰 데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임금 동결을 감내해왔기 때문에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선원직 임금은 2019년까지 6년 동안 제자리를 지켰다.
계속된 임금 동결로 HMM 평균연봉(6800만 원)은 고려해운 등보다 1000만~2000만 원 낮다.
사측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HMM에 투입된 3조 원의 공적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20%가 넘는 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것이 이유다.
사측과 이미 교섭이 결렬된 육상노조는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한 상태이다. 결과는 19일 나올 예정이다.
양 노조는 중노위 조정 불발 시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한다는 계획이다.
중노위 조정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이달 내 파업이 이뤄질 수 있다. HMM 창사 이래 46년 동안 이어졌던 무파업 전통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HMM 노사 갈등에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MM 파업 시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은 부산항에 입항하지 않고 있다. 물류대란 여파로 중국만 들러도 만선이 돼서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자 HMM은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임시선박을 31차례 투입한 바 있다.
다른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의 선복량(적재능력)은 HMM과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적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국내 2위 컨테이너선사인 SM상선의 선복량은 이날 기준 6만6366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이다.
HMM(84만2192TEU)과 비교했을 때 약 13분의 1에 불과하다.
수출기업들은 ‘2016년 한진해운 파산’ 때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까 봐 우려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에 달했던 우리나라 선복량은 같은 해 말 46만TEU까지 떨어졌다. 선복량 급감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 철도 등 다른 대안이 있지만, 이들이 컨테이너선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라며 “파업이 이뤄지면 기업들 수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