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재판에 출석해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조용래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두 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달리 첫 정식 공판인 만큼 박 전 회장이 재판에 출석했다.
박 전 회장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금호그룹 임직원들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 드린다”면서 “금호그룹을 위해 혼심의 힘을 다했던 임원들까지 이 자리에서 함께 재판을 받게 돼 마음이 무척 무겁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5주년을 맞이하는 금호는 창업주인 선친의 가호였다”면서 “이처럼 선친의 가호를 사용한 이유는 선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경영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자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은 “금호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25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들에 큰 피해를 줬다는 명목으로 재판을 받게 돼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 전 회장은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은 금호그룹을 살리고 이를 통해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이 그룹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에 있던 금호산업과 계열사들을 금호그룹으로 가져오는 게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회장은 3000억 원 이상의 사재를 쏟아 부었지만 검찰은 개인적인 이익으로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에 막대한 피해 입혔다고 봤다”면서 “검찰 공소사실은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위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보고 지난 5월 구속기소 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말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지주회사이자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다.
박 전 회장은 2016년 4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던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9곳을 동원해 금호기업에 담보 없이 싼 이자로 1306억 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