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음식점에 들어설 때 휴대전화를 꺼내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이용하거나, 개인 안심번호를 수기로 기재하는 모습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데다 매번 개인정보수집·제공·이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돼 간편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의 성과다.
개인정보위는 4일 출범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정책과 성과를 공유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8월 5일 출범한 중앙행정기관이다.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일원화한 ‘개인정보 정책 전담기구’다.
지난해 개인정보위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일상 속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한 가명정보 활용성과를 가시화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개인정보위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처리되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했다. 개인 안심번호를 도입한 데 이어 수기 출입 명부를 개선하고,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동의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한, 관련 시스템을 점검해 코로나19 방역 전반에서 처리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의 경우 엄정히 제재했다. 개인정보위는 앞서 1년간 총 106건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페이스북 위법 행위에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67억 원을 부과하는 등 과징금·과태료도 총 74억 원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도 마련했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도입하는 등 정보 주체 권리를 강화하고 형벌 중심 제재를 경제 벌로 전환하며 글로벌 규제와 정합성을 확보했다. ‘올 마이 데이터(가칭)’ 통합플랫폼 구축 등 마이데이터 추진전략도 마련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초기 결정을 이뤄냈고, 안전한 가명정보 활용 성과도 가시화했다. 보호자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 원본을 열람할 수 있는 ‘영상정보처리기기 가이드라인’, 인공지능(AI) 기업이 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 바르게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AI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표’ 등도 마련하며 일상생활 속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도 했다.
1년간 개인정보 보호에 앞선 개인정보위는 앞으로 데이터 경제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앞장설 방침이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지금은 급격한 기술변화가 따르는 만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두 주자)’ 전략이 중요한 시대”라며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인정보위는 향후 핵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 2차 개정안은 정부 내 합의를 마친 상태로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26개 법안과 심의를 거치게 된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부과 기준 등 하위법령안을 마련하고, 전 분야에서 마이데이터를 시행할 수 있도록 분야별 데이터 표준화와 범정부 협업체계 구성에 나선다.
일상 속 개인정보 보호 수준도 높여나간다. 취약계층인 아동과 청소년 개인정보보호 종합대책을 올해 중으로 마련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 서비스 이용 나이가 낮아지는 데다 코로나19로 원격 교육이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환경에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가 주요한 이슈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과 OECD 등에서 아동·청소년 관련 규약과 가이드라인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안전한 가명 정보 활용 확산에도 앞장선다. 올해 하반기에는 바이오 정보(8월 말), 자율주행차, 스마트도시(10~11월) 등 신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도 발표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개인정보의 보호와 안전한 활용 간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단 것이다.
하반기 내로 EU GDPR 적정성 최종 승인도 완료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와 지속 협력하고, EU 진출(예정)기업 대상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며 “출범 시기 자체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확산한 시기였고 방역 과정에서도 위기에 대응해나가며 개인정보 보호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이어 “방역을 위한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방역·역학 시스템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중간보고를 국민께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실질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있어 성과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