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슬레이어’ 허광희(삼성생명·26)가 세계 1위 켄토 모모타(일본)를 꺾으며 배드민턴 단식 8강에 직행했다. 하지만 메달 획득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광희는 지난 28일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모모타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모모타는 2018년부터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한 최강자다. 이번 대회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나 38위 허광희가 일으킨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조별 예선을 통과한 허광희는 세계랭킹 1, 2위가 속한 A조·P조 조별리그 통과 시 주어지는 16강 부전승 혜택을 받아 8강에 미리 안착했다. ‘끝판왕’을 꺾고 대진상 혜택도 받아 남은 ‘메달길’은 탄탄대로인 듯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토너먼트에서 만날 상대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광희는 이변이 없다면 8강에서 랭킹 29위 마크 칼조우(네덜란드)와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칼조우는 올해 전영오픈에서 4강에 진출한 바 있다. 그간 아시아권 선수에게 약세를 보여왔지만, 과거 허광희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전적이 있다.
특히 허광희는 2015년 코리아 오픈 예선에서 정상급 선수 리총웨이(말레이시아)를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키고 100위권 밖에 있던 이흐산 마울라나 무스토파(인도네시아)에게 패하며 탈락한 경험이 있다. 강적을 잡은 직후 만난 상대이므로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8강전 이후 대진도 험난하다. 대진상 허광희와 4강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로는 빅터 악셀센(덴마크·4위), 조나단 크리스티(인도네시아·7위), 왕츠웨이(홍콩·10위), 시유치(중국·11위)가 있다.
빅터 악셀센은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4강 대결 후보 중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다. 194cm의 큰 키로 타각이 높고 보폭도 커 활동 반경이 넓다. 다만 큰 체구 때문에 내구성이 약하고 감정에 휘둘려 실책을 범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잘 파고들어야 한다.
조나단 크리스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허광희는 조나단과 유소년 시절 3번 맞붙어 이긴 경험이 있으나, 성인이 된 이후로는 첫 맞대결이다.
왕츠웨이도 유소년 시절 허광희와 맞붙은 경험이 있는 선수다. 허광희는 2013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BWF 유소년 챔피언십 결승에서 왕츠웨이를 2-0으로 제압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시유치는 2018년 BWF 월드투어 결승에서 당시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켄토 모모타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플레이 스타일로 고평가받고 있다.
허광희의 대진 상대는 29일 정해진다. 31일 4강 진출을 놓고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