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00만 마리 폐사…폭염 장기화하면 막대한 피해 우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폭염에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축산물 가격도 불안해 밥상 물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폭염 농가에 대한 피해 지원에 나서는 한편 수급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농산물 물가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 보다 확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6일 기준 폭염에 따른 축산분야 피해는 22만7387마리로 집계됐다. 축종별로 육계 14만8558마리 등 닭 21만9529마리, 돼지 4615마리, 오리 1780마리 메추리 등 기타 1400마리다.
이에 따라 이미 폭염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우 등심 100g 소매가격은 1만298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028원에서 7%, 평년 1만1437원과 비교해 13%가량 올랐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100g 기준 2667원으로 전년 2427원 대비 9%, 평년 2216원보다는 약 20%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달걀은 30개 특란 기준 7351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 평년과 비교해 약 40%가 오른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에 비해서는 아직 피해가 크지 않고,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 당시 폭염으로 가축은 900만 마리가 폐사한 것과 비교해 올해 피해 규모는 2.5% 수준이고, 전체 사육 마릿수 가운데 폐사 비중은 축종별로 0.01~0.14%에 그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농가의 폭염 피해 예방, 피해 농가 지원 등을 농가별로 세밀하게 추진하면서 축산물 수급 안정 등을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축산농가도 재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축사 시설 점검과 가축 관리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폭염이 이어질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일 폭염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로 격상했다. 최고 단계인 '심각' 아래수준으로 폭염 장기화에 대비한 조치다.
육계 업계 관계자는 "육계 축사가 36도 이상이면 아무리 냉방시설이 잘돼도 닭이 견디기 힘들고, 쉽게 40도 이상 올라가 폐사가 우려된다"며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시설 보강이 많지 않아 2018년 같은 폭염이 온다면 폐사율 또한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보다 확실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상반기 정부는 공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축산품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라, 폭우·폭염 이후 가격 급등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공급 상황을 파악하고 수입 물자를 빨리 조달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