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체 대출 22.5% 차지…팬데믹 속 증가세 가속화
합법적 세금 회피 수단 제공 비판도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TF)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의 지난 2분기 자산관리부문 총대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5% 급증한 약 6000억 달러(약 691조 원)에 달했다.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로 2017년 중반의 16.3%에서 크게 높아졌다.
부유층에 대한 대출 증가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크게 낮아진 금리 속에서 부유층은 저렴하게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돈을 굴려 막대한 투자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형 은행 자산관리 부문 고객들은 주식과 같은 유동성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2년 대출을 받을 때 예상되는 이자가 약 1.4%에 불과하다. 은행 입장에서도 이들은 신용등급이 높고 부실대출이 될 확률이 적기 때문에 마음 놓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
JP모건과 씨티는 이제 수백 만 명에 달하는 신용카드 고객들보다 소수의 슈퍼리치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JP모건은 신용카드 고객들에게 부자들보다 최대 5배 많이 대출했는데 역전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 등에 투자하는 행위가 ‘합법적인 세금 회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대출이 절세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은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산을 매각하는 대신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다시 투자에 나서는 방법으로 자본이득세 등 내야 하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UC버클리)’의 경제학 교수인 에마뉘엘 새즈와 가브리엘 주크먼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억만장자들의 총자산은 4조25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에서 2조7000억 달러는 비과세 소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