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주춤하던 진단키트 수요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 백신의 예방효능이 낮아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진단키트를 사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만큼 진단키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관세청이 집계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월별 수출금액을 보면 지난해 9월 1억 6522만 800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까지 1억 달러를 넘는 월 수출금액을 이어가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한 올해들어 2월까지 내림세를 보였지만 3월부터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월별로 보면 1월 9259만 달러의 수출금액을 기록한 뒤 2월 5895만 달러로 감소했고, 이후 3월부터 8058만 달러로 오른 뒤 4월 8103만 달러, 5월 8642만 달러, 6월 7554만 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감염 초기 정확한 진단으로 감염자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져 앞으로 진단키트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1001명이며, 이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는 719명으로 전주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요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 또한 47.1%로 전주 대비 10.2%p 늘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33.9%로 전주보다 10.6%p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단키트 업체들은 올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분자진단키트 업체 씨젠은 올해 2분기에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은 2분기 매출액이 35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영업이익은 1814억 원으로 7.3% 증가할 전망이다. 씨젠은 올해 2분기에만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에 각각 1200억 원, 247억 원의 코로나19 진단 제품 공급계약을 맺기도 했다.
랩지노믹스도 올해 2분기까지 수출물량이 지난해 연간 수출물량의 1.5배에 달하는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랩지노믹스는 올해 2분기 1370만 회분의 진단키트를 수출했는데 이는 1분기보다 225% 증가한 규모다. 최근에도 인도와 UAE로부터 약 700만 회분의 진단키트를 추가 발주한 만큼 3분기에도 수출 실적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진단키트 업체들은 최근 우점화 경향을 보이는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 출시에 나서고 있다.
씨젠은 지난달 30일 델타 및 델타플러스를 포함한 주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선별할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했고, 수젠텍도 델타 변이를 진단할 수 있는 코로나19 항원 자가검사 진단키트 ‘SGTi-flex COVID-19 Ag(Self-testing)’를 선보였고 영국에서 등록을 마쳤다. 대웅제약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판별할 수 있는 코로나19 신속항원 진단키트를 3분기부터 판매할 전망이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비율은 3일 기준 52%이고, 국내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도 계속 증가하며 바이러스가 가파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라며 “변이 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감염 초기 정확한 검사가 중요하고, 소량의 바이러스 양으로 진단이 가능한 유전자 증폭 진단(PCR) 방식에 대한 수요가 특히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