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누적 생산 500만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자동차의 ‘메이드 인 USA’ 시대를 연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차를 바라보는 미국 소비자의 시선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북미 시장 공략의 전진 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일 현대차 미국 생산법인(HMMA)에 따르면 지난 2005년 5월 가동을 시작한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달까지 총 497만8133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매월 2만6000대가량을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누적 생산량 500만대 달성이 예상된다. 양산 16년 만의 대기록이다.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자리한 앨라배마 공장은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미국에 처음 설립한 생산 기지다.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엔진 등 완성차 제작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 공장으로, 연간 37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전체 공장 규모만 해도 약 716만㎡ 수준으로 여의도 면적 두 배에 달한다.
지금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쏘나타, 투싼, 싼타페에 이어 현지 전략형 픽업 ‘싼타크루즈’까지 다섯 차종을 동시에 생산해 북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경영 전략의 하나로 설립됐다. 현대차는 2010년까지 세계 5대 완성차 제조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2001년부터 실사를 시작해 북미 현지공장 건설을 결정한다.
양질의 노동력과 고속도로ㆍ철도ㆍ항만 등 교통 인프라,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에 앨라배마 주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앨라배마주 정부는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직접 노동자를 교육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11억 달러를 투자해 3년 만에 공장을 준공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5년 열린 준공식에서 “앨라배마 공장은 현대차 역사의 새 장을 여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한국차가 더는 변두리의 마이너리거가 아니라 글로벌 빅리거로서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준공식에는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ㆍ관계 인사가 대거 참석할 정도로 미국 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현지 생산체계를 갖추며 현대차의 위상도 달라졌다. ‘메이드 인 USA’ 차량을 만들며 단지 ‘값싼 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공장 가동 이듬해인 2006년에는 시장 조사기관 JD파워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처음으로 일반 브랜드 1위에 올랐다. 판매량도 연평균 6% 이상씩 성장을 거듭했다. 2000년 연간 24만대 수준이던 현대차의 현지 판매량은 지난해 62만대로 150% 넘게 증가했다.
막대한 고용 효과와 산업 재편으로 지역사회의 호평도 받았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은 3100여 명에 달했고, 100여 개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두 배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전형적인 미국 남부의 농업 지대였던 앨라배마는 85번 국도를 따라 자동차 산업 벨트를 형성하게 됐다.
앨라배마 공장은 싼타크루즈 양산으로 가동률을 100%까지 높이며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최근 밝힌 대규모 투자 계획에 따라 앨라배마 공장에 전기차 생산설비가 증설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향후 앨라배마 공장이 현대차그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과 중요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월에 일주일간 미국을 찾아 앨라배마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정 회장은 16일에도 미국 출장길에 올랐는데, 일각에선 이번에도 앨라배마 공장에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