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가 바둑황제 이세돌과의 바둑시합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해 6월에는 가천대 의과대학이 IBM의 의료전문 AI 왓슨을 국내 의학계 처음으로 도입했다. 2016년은 국내외에서 AI의 세계적인 붐이 일기 시작한 해로 기록된다. 2016년 1월 말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AI와 제4차 산업혁명은 자동차의 양륜(兩輪)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의 검색어 빈도를 알려주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16년 이래 빈도 1위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으며, 디지털 전환(DX)이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이것이 2019년 9월 이후 역전이 되어 DX가 선두에 올라섰으며, 제4차 산업혁명이 그 뒤로 밀려났다. 그후 그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DX가 이끄는 경제는 한마디로 데이터 경제다. 이 데이터 경제의 핵심은 물론 AI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AI경제 시대라고도 부른다. 제4차 산업혁명이 심화되면서 정치·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변화는 가속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가 2045년에 찾아온다고 했다. 인류문명사에서 2016~2045년 사이의 30년은 ‘AI 발흥기(勃興期)’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 기간에 AI로 기회를 잡는 국가와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위기를 맞는 곳도 있을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AI 격차가 나타날 것이다. 선진국들은 AI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 싸움도 AI 경쟁의 시각에서 보면 쉽게 파악이 된다.
AI의 세계적 붐을 일으킨 본거지인 우리나라도 AI 전략, 정책, 계획이 도처에서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AI 대학원 양성(현재 전국 12개 대학 지정), 전남 광주에 조성되는 국가 AI융복합단지(예산 4000억 원 투입),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AI 3각 허브(서울시 지원, 국민대와 한국전자통신기술연구원이 운영)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AI 전문기업들 사이에선 소위 ‘ABCDE’란 말이 회자된다. AI 비즈니스(Business) 에서는 컴퓨팅(Computing) 파워와 데이터(Data), 그리고 엔지니어(Engineer)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양질의 데이터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외국으로부터 데이터 수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경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데이터 보호주의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AI 엔지니어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AI대학원에서 졸업생이 배출되기 시작해 인력 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고급 인력보다는 중급의 AI 운용 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이 더 절실하다는 요구도 현장에서 들린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은 한결같이 2021~2025년에 추진할 신산업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러한 산업정책의 목표는 국가경쟁력과 일자리 창출이다. 그 수단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다. 이 DX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AI다. 우리는 한국판 뉴딜정책에서 디지털 뉴딜을 담았고, AI 국가전략과 보조를 맞추도록 했다.
AI 국가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혹시 우리는 무릎 아래를 못 보거나, 저공비행을 하고 있거나, 때가 지난 잔물결만 감지하고 있지는 않는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예컨대 의료현장(수술실)에선 메타버스가 실현될 참인데 원격의료의 사소한 행위조차 제동이 걸려 있는 모습에서 AI 후발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도 든다.
정부와 민간 부문은 3개의 눈을 가지고, AI 전략을 가다듬어 가면서 추진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AI 후발국으로의 전락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