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ECB 정책위원들이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물가 목표치를 2%로 상향하고 필요하다면 오버슈팅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전 목표치는 ‘2% 밑이지만 근접한 수준’으로 다소 모호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2%를 넘어서더라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년 만에 첫 수정으로 큰 변화를 의미한다는 평가다.
당장 유럽 국가들이 슈퍼 경기부양책을 더 유지할 근거를 제공하게 됐다. 최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은 코로나발(發) 물가 급등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 유로존 국가들의 5월 인플레이션은 2%로 전달 1.6%에서 큰 폭 증가했다. 1년 전 인플레이션은 0.1%에 불과했다.
코로나 기저효과와 수요 급증 영향으로 물가가 들썩이면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터치하자 ECB가 막대한 유동성 공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긴축 시간표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아예 상향, ‘비둘기적’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경기회복에 더 초점을 두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EU 경제는 올해 수십 년 만에 최대 폭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올해 유럽의 경제성장률을 4.8%로 전망했다. 1976년 이후 최대 폭 성장이다. 막대한 경기부양책에다가 봉쇄 해제 이후 경제 활동 재개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독일 3.6%, 프랑스 6%, 이탈리아 5%의 성장률을 각각 보일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가 오랜만에 살아난 상황에서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이유로 개입해 불씨를 꺼트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ECB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변경을 담은 전략 검토 결과를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8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 회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긴축 전환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안 그래도 투트랙 회복을 보이는 세계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경착륙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회복 궤도에 채 오르지도 못한 신흥국에서 상당한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특히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