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계좌 발급 미루는 은행 입장
이해가기도 해 곤혹스러운 상황”
“국회 토론회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여당의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이 무엇이냐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나 정부에서는 가상자산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여당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서다. 이야기를 (명확하게) 안하더라.”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신고 기한이 9월 목전에 다가온 가운데, 금융당국과 여당의 미진한 대응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리아씨이오서밋(Korea CEO Summi)은 7일 ‘제12회 월드 블록체인 서밋 마블스 부산 2021’을 개최했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NFT·메타버스 등 산업 현황과 규제에 대한 의견이나 향후 전망 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특금법을 통해 시장 건전성이 갖춰질 것이라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현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적 구조도 윤리적 인식도 취약한 게 맞다”라면서도 “옥석을 가리는 규제가 돼야지, 무조건적인 규제는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규제 부담이 금융당국이 아닌 은행과 업계로 향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고 필수 요건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계좌’인 만큼, 거래소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주체가 은행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까지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이 거의 체결됐다가 막판에 조율이 안 된 곳이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라며 “(실명계좌를 내주는) 은행이 ‘갑’이라 말하기 어렵기도, 금융위가 은행에 책임 소재를 너무 많이 떠넘겨서 은행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해 그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박종복 제일은행장은 이날 주택금융공사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기념 서명행사에서 관련 질문에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라며 “아직은 리스크가 있고 전반적인 산업 방향성이 결정돼야 한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100여 개 안팎에 달하는 거래소들이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금융 당국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코인 상장에 수십 억씩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래소들이 정리되고 메이저 거래소 몇 개만 남는다면 영세 업체들이 이런 걸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거래소가 정리되며 사라질 수많은 코인에 투자한 이들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