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전부터 제기됐던 검찰과의 중복수사 우려가 현실화했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과 관련해 현직 검사 3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이 사건의 공수처 이첩 여부를 현재까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 간 수사 협의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으면 '옥상옥' 구조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김 전 차관 수사 외압 사건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최근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당시 선임연구관),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전 대검 수사지휘과장), 최모 검사(전 대검 검찰연구관) 등 현직 검사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2019년 상반기 대검 반부패부에서 당시 안양지청 검사들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가 이 사건에 대한 재재이첩을 요청했으나 수원지검 수사팀이 몇 달간 수사를 진행해 이첩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두 기관이 같은 사건을 수사하는 상황이 빚어지게 됐다.
대검과 공수처는 최근까지 이첩 여부를 두고 공문을 주고받았지만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원지검은 비공개 자체 예규에 따라 사실상 이첩을 거부하고 있다"며 "공수처장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검찰은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 사건은 공수처가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함께 넘어갔다. 이후 공수처는 검찰이 사건 처분을 하지 않자 최근 사건을 다시 돌려달라는 재재이첩 요구를 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이 이첩 불가 입장을 대검에 전달했고,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검도 결정을 보류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쉽사리 공수처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게 되면 검찰은 앞으로도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을 수사 도중에 다시 넘겨줘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물러설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공수처와 검찰이 사건 이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이 사건을 둘러싸고 두 수사기관이 결론을 다르게 내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한쪽은 기소, 다른 쪽은 불기소로 결론을 내리면 공정성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며 "협의체에서 즉시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교체되면서 공수처의 재재이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수사 중인 사건을 계속 넘기게 될 수도 있어 이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사건 이첩에 대한 기준을 두 기관이 빨리 정리해 행정력과 수사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