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액 100억, 계좌엔 0원…파산 밀어붙이는 트래빗

입력 2021-06-30 06:00 수정 2021-06-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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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6-2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가상화폐거래소 파산주의보②] 법원 '비용 예납 명령' 파산선고 임박 관측…"피해회복 요원"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가상화폐거래소에 빨간불이 켜졌다.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부실 가상화폐거래소의 퇴출이 본격화하면 대규모 ‘기획 파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현재 서울회생법원에는 2건의 가상화폐거래소 파산 신청서가 접수됐다. 이투데이는 이들 2개 가상화폐거래소의 파산 절차를 따라가면서 ‘코인런’(먹튀) 우려를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 트래빗의 계좌에 현금이 한 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래빗 운영사 노노스의 대표는 사기 파산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노노스는 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16부(재판장 전대규 부장판사)에 파산 관련 비용 2500만 원을 내기 위해 0.7 비트코인을 매각했다.

노노스는 자산 매각 허가신청서에 “법원의 비용 예납 명령에 따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목적으로 신청했다”며 “현재 당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전혀 없고 암호화폐가 환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라고 적었다.

노노스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이용자들의 피해 금액은 암호화폐와 원화를 포함해 총 1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노노스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0.85883개, 현금은 0원이다. 노노스의 파산 담당 변호사는 국내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다.

채권자(피해자)들은 노노스의 파산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부터 탄원서 등을 제출하며 파산 선고를 막고 있다. 그러나 2년 동안 파산을 미뤄오던 재판부가 최근 노노스 측에 파산 관련 비용을 예납하라고 명령하면서 파산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는 노노스의 파산 신청이 사실상 '코인런'(먹튀)을 위한 ‘기획 파산’이라는 지적이 있다. 법인 파산은 기업이 보유 재산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없을 때 자산을 청산해 채권자들에게 금액을 나눠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상화폐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채무와 밀린 세금을 합법적으로 소멸시킬 방법이다.

법원에서 파산이 선고된 뒤 잔여 재산의 분배가 완료되면 ‘법인격’이 소멸된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더 이상 노노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노노스가 파산을 밀어붙이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회사의 자산을 청산한 금액으로 채무를 갚아야 하는데 재단채권(근로자의 급여 및 퇴직금, 국세 등)을 먼저 변제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써는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금액이 없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노노스가 파산을 신청하기 전 5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가액의 합계는 총 24억8600만 원가량이다. 그러나 검찰의 처분이 늦어지면서 민사소송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법인 회생과 파산을 담당하는 한 부장판사는 “가상화폐거래소의 기획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법인파산이라는 합법적인 절차로 채무와 책임을 면책받으려는 시도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트래빗의 파산 선고는 내려질 것이고 수사기관에서 범죄 수익을 환수하지 못한다면 이용자들의 피해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회생법원에 코인빈의 파산 신청서가 처음 접수된 이후 가상화폐거래소가 파산을 신청한 것은 노노스가 두 번째다.

앞서 트래빗은 2018년 보이스피싱 피해로 계좌가 막히면서 원화 입출금을 막았다. 회사 측은 “신청자에 한해 순차적으로 암호화폐와 원화 출금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며칠 뒤 자사 홈페이지에 ‘2019년 5월 15일 낮 12시까지만 운영하겠다’라는 공지를 끝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트래빗 피해자들이 노노스의 대표와 임직원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소했다. 고객들의 예치금을 횡령하고 파산을 가장해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노스 대표 A 씨는 2019년 6월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노노스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으로 트래빗은 임금 2억2545만 원과 퇴직금 5665만 원 등 합계 2억8211만 원을 체불했다. 1억6896만 원의 세금도 체납했다.

트래빗의 부채는 5억6235만 원, 자산은 4억7987만 원으로 이용자들의 피해 금액을 제외해도 지급불능인 상태다.

노노스는 직원들의 배임적 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설립 초기 7~8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영입해 원화 및 가상통화의 거래 내역, 잔고 현황 등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공개하기 위한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는데 이들이 입출금과 거래 내역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트래빗 감사실의 ‘18-1차 대사작업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암호화폐 옵저버 상장 전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된 100만 개 코인의 이동 경로가 불투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옵저버 이벤트 에어드랍(코인 무상 지급)을 부정하게 수령하고 주요 거래내역을 삭제하는 등 임직원의 내부 거래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2018년 3월 문을 연 트래빗은 에어드랍 이벤트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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