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7월 1일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백화점 오픈 전부터 수백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오픈런'이 다시 시작됐다. 저렴한 상품이 600만 원대에 달하는 샤넬을 특템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플렉스’하려는 MZ세대에게 이 정도 수고는 대수롭지 않다.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백화점들이 멤버십 제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VIP고객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2030세대를 끌어들이고, 일정 금액 이상 소비 고객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VIP로 모시기도 한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영 앤 리치(Young & Rich·젊은 부유층)’를 겨냥해 ‘핀셋 케어’하겠다는 취지다.
갤러리아는 회원 등급을 세분화해 MZ세대 VIP 잡기에 나섰다. 지난 2월 이 업체는 6개 등급으로 운영하던 우수고객제도에 ‘제이드+’ 등급을 추가로 신설해 7개로 개편했다. 기존 연 500만~2000만원 구매 고객을 ‘제이드’ 등급, 연 1000만~2000만원 사이 구매 고객을 ‘제이드+’등급으로 신설해 할인혜택을 10%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통상적으로 1년동안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우수고객 기준에도 변화를 줬다. ‘제이드’ 등급은 연간 500만~1000만원 사이로 구매해야 부여되지만, 3개월 동안 300만원 이상 구매하면 3개월간 ‘제이드’ 등급이 주어진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컨템포러리 브랜드에 열광하는 MZ세대에 충성도를 부여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른 백화점들도 이미 멤버십에 변화를 줘 젊은 VIP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유료 멤버십 클럽 ‘와이 커뮤니티(Y Community)’를 시범 운영 중이다. 구매실적에 따라 VIP 회원 등급을 매기는 일반적인 회원제는 달리 유료 멤버십이다. 가입비는 10만 원이지만 나이 제한이 있다. 1987년생(만 34세)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와이 커뮤니티’는 10만원이라는 가입비를 받지만 최대 10만 원 상당의 웰컴기프트(가입선물) 등 가입비를 뛰어넘는 파격 혜택을 제공한다. 웰컴기프트로 롯데호텔 애프터눈 2인 티세트, 프리미엄와인 교환권, 안다르스튜디오 1대1 필라테스 수강권 등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10% 백화점 할인쿠폰, 발렛파킹 및 무료주차 서비스, 커피쿠폰(월 16잔) 등도 제공한다.
2019년에는 2030 고객 유치를 위해 연 구매액을 400만 원 정도로 기준을 낮춘 ‘VIP+’ 멤버십 등급을 도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와이 커뮤니티는 잠실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라면서 “6월 말까지 1차 실시 후 2차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2월 업계 최초로 2030세대 전용 VIP멤버십 프로그램인 ‘클럽 YP’를 도입했다. 1983년생 이하 고객 중 직전년도에 현대백화점카드로 3000만 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과 현대백화점에서 선정한 인플루언서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이 대상이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클럽 YP 회원 전용 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에는 엔트리 등급인 ‘그린’을 분기에 한 번씩 선정해 3개월간 혜택을 제공하는 ‘분기 VIP’ 제도도 운영 중이다. 방문 횟수에 상관 없이 분기당 3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그린 등급의 VIP 혜택이 제공된다. 기간 동안 5% 할인을 제공하며, 자주 이용하는 점포로 등록한 1개 점포에 한해 하루 3시간의 무료 주차 등이 지원된다.
백화점업계가 MZ세대 맞춤형 멤버십을 내놓는 것은 '플렉스'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에서 2030 세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8%, 2019년 41%, 2020년 46%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18년 49.3%에서 2019년에는 49.3%, 2020년에는 50.7%로 절반을 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MZ 세대 명품 매출 비율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특히 연간 2000만 원 이하를 소비하는 VIP의 70%가 20~30대가 차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플렉스로 대변되는 MZ세대의 소비가 늘면서 컨템포러리 명품 브랜드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들 고객이 향후 상위 우수고객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