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제동 걸릴 위험 최소화
원장 공석으로 태도변화 분석도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안건소위원회(안건소위)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라임 펀드 판매제재심 처리에 대해 7개월째 논의 중이다. 통상적으로 안건소위에서 한두 차례 논의를 통해 특정 안건을 정례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증권사의 의결이 지연되는 만큼 은행권의 최종 의결은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판매사들에게 충분한 진술권을 부여하고 신중한 접근을 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결과를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날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1심 선고는 8월 중순에나 나올 전망이다.
DLF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은행장들의 제재 근거 역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내부통제 의무) 위반이라서 증권사 CEO 제재와 쟁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위에서도 이번 소송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 판결 여부에 따라 소송 쟁점이었던 ‘금융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 조항의 개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원래 차례인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뒤로 미루고 KB금융부터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 역시도 같은 이유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위에서 라임펀드 관련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제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 진행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법적 리스크가 있으니 기다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검사와 제재 업무를 미루면서까지 조심스러워 하는 건 금감원의 의사결정이 법원에 의해 수차례 제동이 걸렸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금감원은 DLF 사태에서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당시 행장들에게 물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법률적 처벌 근거가 없는데도 제재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행장들이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졌고, 기관에 대한 과태료 처분도 함께 효력 정지됐다. 2018년 DLF 사태를 두고 지금까지 은행과 임직원 모두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제재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감원은 안팎의 비판에도 강공을 펼쳐왔다. 이번 종합검사 순번을 미룬 건 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금감원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해석이 있다”며 “여태까지 해왔던 것 처럼 금감원은 금감원의 역할을 해줘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