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한·EU FTA 10주년, 향후 10년을 위한 대비가 필요한 때

입력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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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한국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FTA, 한중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거대경제권과의 무역협정 발효를 통해 경제영토를 넓혀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한국의 경제영토는 무려 세계의 78%를 점하고 있다. 한·EU FTA 및 한미 FTA는 2000년대 발효 당시 가장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무역 관련 협상 외에도 다양한 무역장벽의 해소를 위한 조치가 동반되었다.

특히 한국과 EU가 2011년 7월 1일 잠정 발효시킨 한·EU FTA는 올해로 만 10년이 된다. 한·EU FTA는 한국이 선진거대시장을 대상으로 FTA를 발효시킨 첫 협정이었다. EU의 입장에서도 2000년대 신통상정책을 추진하기로 한 이후 원거리 역외국과 맺은 첫 FTA이다. EU는 세계 최대 시장이며, 27개 회원국이 단일시장을 이루어 고도의 시장자유화를 추구한 지역이다. 한·EU FTA는 무역 이슈 외에도 ‘노동 및 환경의 지속가능한 개발 챕터’ 등 다양한 비무역의제(NTA: Non-trade Agenda)를 포괄하고 있다. FTA 내 이와 같은 NTA 의제의 포함은 무역 이외에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 사례로 노동과 관련한 조항을 들 수 있다. EU가 추진하는 FTA 내 노동챕터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및 이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한·EU FTA 잠정 발효 당시 8개 ILO 핵심협약 중 4개 조항을 비준한 상태였던 한국은 동 FTA 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부터 노동챕터 이행에 관한 압력을 올해 초까지 지속해서 받아 왔다. 각국의 노동 관련 법규는 국가마다의 노사문화, 산업발전 이행단계, 노동법규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별 제도 등에 의해 상이하기 마련이다. 물론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국제기구, ILO가 수많은 노동과 사회 관련 조항 중 8개 조항만을 핵심협약으로 보편화한 데에도 주요한 의의가 있다. EU는 한국이 이미 선진사회로 진입한 만큼 노동 분야 국제표준이라 할 수 있는 8개 조항의 이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미비준 4개 조항 중 3개 항목을 비준하기로 한 우리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법 개정 과정을 거쳐 올해 4월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였다. FTA 내 협상안은 통상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체결국 내 사회 전반에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한·EU FTA 발효 10년이 경과한 지금, 이제 정부는 향후 10년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EU는 2000년대에 체결한 FTA를 대상으로 현대화 협상을 진행해 왔다. EU-멕시코 FTA 현대화 협상(2020년 4월 28일 타결)이 대표적이다. 해당 협정은 이미 2000년 발효되었으나 2020년 개정협상을 거쳤다. 현대화 협상을 통해 양측은 공공조달시장의 확대, 금융서비스, 전자상거래, 농업 개방 등을 포괄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직 한·EU 간 활발한 FTA 개정 움직임은 없으나, 최근 주한 독일대사관과 한독상공회의소,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공동개최한 FTA 10주년 행사에서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는 한·EU FTA 현대화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통상협상 의제의 변화 또한 간과할 수 없다. EU는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내부 조약의 체결, 발효 등을 통해 공동체가 가지는 권한을 확대하였으며, 결과적으로 FTA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 범위를 넓혔다. 대표적으로 EU는 FTA 내 투자협정 챕터를 두고 있으며, 이는 기존 한·EU FTA에 포함되지 않은 의제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FTA 현대화 과정에서 통상과 투자의 관계를 고려하고, 양측 간 투자 확대를 이끌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한·EU FTA 발효 이후 EU가 다양한 FTA를 체결해 왔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EU는 EU·베트남 FTA를 2020년 8월, EU·일본 EPA를 2019년 2월 발효하였다. 베트남과 일본은 한국과 자동차, 자동차부품, 기계류, 가전 등 주요 수출 영역에서 경합 구도를 이루는 국가들이다. EU·베트남 FTA는 원산지 규정에서 한국산 직물의 누적조항이 포함되어 한국산 섬유 중간재 제조 및 수출의 활로를 확보하기도 한 특수한 사례가 되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역동적으로 변화한 통상환경과 무역 관련 제도를 검토하여야 하며, 더불어 EU의 2020년대 신통상정책과 FTA 발효 확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항을 적극 반영하여 FTA 선진국으로서 향후 10년 통상의 미래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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