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쿠팡탈퇴’ 17만·앱 스토어 별점 테러…“옳지 않으면 안 산다” 미닝아웃

입력 2021-06-21 15:16 수정 2021-06-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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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 화재에 ‘#쿠팡탈퇴’ 해시태그 17만·쿠팡 앱 스토어 별점 테러
신념 있는 소비 통해 정치·사회적 의사 드러내는 소비자 운동 ‘미닝아웃’
신조어 넘어 거스를 수 없는 유통 산업 대세로…새로운 기회 되기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뉴시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건물. (뉴시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쿠팡 불매운동 움직임이 거세다. 그동안 쿠팡이 노동자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지난 19일 트위터에서는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17만 건 넘게 올라왔으며, 앱 스토어에는 쿠팡의 안전 관리를 문제 삼는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숨진 소방관 유가족을 지원하고 안전 관리 대책을 마련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21일 현재까지도 온라인상에는 쿠팡을 탈퇴했다는 인증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남양에 이어 쿠팡 불매운동이 소비자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또 하나의 ‘미닝아웃’(Meaning-out) 사례가 될 조짐이다.

트렌드를 넘어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미닝아웃’

▲쿠팡 앱 스토어 리뷰에는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별점 테러(왼쪽)가 이어지고 있고,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온라인 캡처)
▲쿠팡 앱 스토어 리뷰에는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별점 테러(왼쪽)가 이어지고 있고, 트위터에는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온라인 캡처)

미닝아웃은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자 운동을 뜻한다. 옷·가방 등 패션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거나, 불매운동이나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다.

미닝아웃의 개념을 처음 설명한 건 김난도 교수다. 2017년 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을 커밍아웃에 빗대어 미닝아웃이라고 설명했다. 커밍아웃(coming out)은 성 소수자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로, 소비자가 정치·사회적 의견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소비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김난도 교수는 미닝아웃이 2018년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한때 신조어로 급부상한 미닝아웃은 이제 특별한 현상이나 트렌드를 넘어 유통 산업 전반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오너 일가 물러나게 한 ‘남양 불매운동’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이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를 고발 조치했다. (뉴시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남양유업을 압수수색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의 모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이 불가리스 제품에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를 고발 조치했다. (뉴시스)

오너 일가가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기고 회사를 떠난 남양유업은 미닝아웃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리점 갑질·창업주 손녀의 마약 범죄·경쟁사 비방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이에 남양유업은 이름을 가리고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을 폈지만, 온라인상에서 남양유업 제품을 판독해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결국, 불가리스 사태를 계기로 창업 2세인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지난달 지분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고 떠났다. 불가리스 유산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도움이 된다는 무리한 마케팅 전략을 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매각 소식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남양유업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이를 두고 투자자들은 오너 리스크가 해제됐다고 평했다. 네이버 등 주식 게시판에는 “지긋지긋한 오너 리스크에서 해방됐다”, “회사 최대 악재가 오너였던 기업”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밖에도 ‘남혐’(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무신사는 창업자가 일선에서 퇴진했고, 아워홈에선 보복운전으로 공분을 일으킨 대표가 주주들에 의해 해임됐다.

“돈쭐내준다” 소비 장려도…미닝아웃은 또 다른 기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제품 배송에 사용되는 포장재와 부자재를 종이로 전환한다고 15일 밝혔다.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제품 배송에 사용되는 포장재와 부자재를 종이로 전환한다고 15일 밝혔다. (신세계)

미닝아웃은 불매운동이나 소비자의 분노를 드러내는 행동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돈쭐’(돈+혼쭐)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착한 기업 혹은 소비자 자신의 신념에 알맞다고 판단된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이다. 불매운동(boycott) 대신 이른바 ‘바이콧’(boycot)이다.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형제에게 치킨을 대접한 ‘홍대 치킨집’과 암 환자 고객에게 제품 가격은 완쾌라고 말한 ‘편백나무 방향제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미담이 알려진 홍대 치킨집은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편백나무 방향제는 9월 이후에나 제품 출고가 가능할 정도로 주문이 폭발했다.

기업들은 일찍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거나 애국 마케팅 등을 펼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로 제품의 용기·재질을 바꾸거나 비건·대체육 제품을 생산하며, 대세가 된 미닝아웃의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의 발달로)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공유하고 소비자 활동을 하기 훨씬 수월해졌다”면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러한 트렌드가 앞으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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