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에 퍼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기조의 일환이다. 업계는 탄소배출 주범으로 불리는 ‘플라스틱’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기 위한 이른바 ‘그린 케미컬’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최초로 재활용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해 친환경 소재의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LG생활건강과 롯데알미늄에 재활용 플라스틱(Post Consumer Recycled, PCR) 원료를 사용한 폴리에스터 필름(이하 PCR PET 필름)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달부터 두 회사가 출시하는 일부 생활용품과 식품 용기의 포장에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공급하는 필름이 적용된다. 압출 성형용 시트나 재생 원사 생산에 적용하는 데 그쳤던 PCR 페트 원료가 품질관리나 형태 가공이 까다로운 필름 생산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납품을 계기로 생활용품, 식품포장용, 산업용 등 PCR PET 필름 적용 분야를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며 친환경 포장재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의 50% 이상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등 각국이 환경 규제에 나선 데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전체 PET 필름 시장 수요는 연간 약 600만 톤인데, 이 가운데 PCR PET 필름의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세계적인 플라스틱 사용 감축 움직임 속에 PCR PET 필름이 친환경 원료로 주목받으면서 제품 포장용 등 기술 장벽이 낮은 일부 분야를 중심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는 “재활용 플라스틱 신제품 개발로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재활용 PET 사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 ESG 경영의 새로운 축으로서 앞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해가며 지속가능한 내일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바이오페트 생산업체인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포장재 개발 협력에 나섰다. 종합 식품기업인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 SPC팩과 ‘저탄소 친환경 패키징 사업 파트너십 구축 협약식’을 맺으면서다. SPC그룹 식품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SPC삼립 등에 납품될 제품의 포장재에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다.
바이오페트 포장 용기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사용한다. 제조·운송·소각 과정에서 기존 석유계 페트 대비 이산화탄소를 28% 저감할 수 있으며, 100% 재활용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바이오페트는 원료 생산부터 유통,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 감소 효과를 인정받아 올 3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했다. 롯데케미칼과 SPC팩은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료 컵과 샐러드 용기에 바이오페트를 적용해 친환경 패키지 트렌드를 선도해나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유럽연합(EU)의 탄소포집·저장기술(CCS) 연구 협력에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앞서 노르웨이 국책연구소 주관으로 진행 중인 700만 유로(한화 약 93억 원) 규모의 ‘EU REALISE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공동개발 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가 정유 산업에서 CCS 검증, 경제성 평가 툴 및 이산화탄소 액상 흡수제 기술 개발 협력을 목표로 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2023년 4월 말까지 EU 14개 산학연, 중국 2개 기관과 함께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진행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CCS 연구 결과 및 글로벌 인사이트를 확보하고 해외 CCS의 비즈니스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이하 울산CLX)의 공정별로 배출되는 가스 및 동력 비용 정보 제공을 통해 공정별 이산화탄소 포집 가격과 파이프라인, 선박 이송을 통한 운반 비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액상 흡수제와 정유 공장에서의 CCS 경제성 평가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CCS 프로젝트 파트너들과의 추가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또한 따르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EU REALISE의 CCS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ESG경영 목적으로 추진 중인 그린밸런스 2030을 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