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실명계좌 개설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 4대 거래소의 전원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나머지 수십개 거래소 대부분의 무더기 폐쇄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케이뱅크는 실명계좌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 위험평가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코빗을,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을, 케이뱅크는 업비트를 서면 심사·평가하고 있다.
은행들의 서면 점검이 마무리되면 자금세탁 위험과 내부통제 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바뀐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이번에 은행들이 심사에 나선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외에 나머지 가상자산 사업자 대부분은 실명계좌 발급을 상담하고 평가를 받을 은행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일 금융당국과 20개 거래소의 첫 간담회에서도 거래소들은 하나같이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잘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금융위원회에서 좀 (은행들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말 좀 해달라"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KB·하나·우리금융그룹 등은 자금세탁 사고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요구대로) 당국이 은행에 특정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권유하는 것은 오히려 은행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도 있고, 법적으로도 은행 판단에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