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업계 1위 업체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피자, 부리또 등 냉장 가정간편식(HMR)에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우유 측은 완제품 형태로 피자 3종(토마토치즈, 차돌불고기, 매콤닭갈비)과 부리또 2종(치폴레 치킨, 데리야끼 불고기)을 내달 중 출시한다고 20일 밝혔다.
HMR에는 서울우유가 보유한 제조공법으로 만든 100% 국산 치즈를 사용한다. 서울우유가 냉장 HMR 형태로 제품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소비량이 줄어 국산치즈 활용 차원에서 출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유업계가 카테고리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저출산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유급식까지 중단되면서 급격히 줄어든 우유소비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단백질, 가공유 신제품을 내놓고 건강기능식품, HMR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유업계에는 무거운 암운이 감돌았다. 수년째 저출산 여파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겹치면서 우유 급식 중단 사태가 잇달았던 탓이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우유 급식 비중이 적지 않은 업계 1위 서울우유는 전체 매출에서 급식 차지 비중이 직전 연도 10~20%에서 8~9%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남양유업 역시 절반 아래로 감소해 4~5%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로 지난해 매출 반전에 성공하며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은 1조7548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1.8%, 영업이익은 594억 원으로 6.3% 늘면서 사상 최고치 실적을 기록했다. 가공유, 멸균우유 등의 신제품을 쏟아내며 카테고리를 확장한 점이 매출 선방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우유는 달고나 우유, 살롱밀크티, 강릉커피 등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가공유 개발에 꾸준히 힘써왔다.
이번에 내놓는 피자, 부리또 냉장 HMR 역시 활로 모색의 일환이다. 특히 이들 신제품은 서울우유가 직접 제조한 ‘치즈’를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다. 파자 반죽과 브리또 또띠아에 서울우유의 원료를 활용하는 식이다. 앞서 서울우유가 축적된 치즈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매일유업은 일찌감치 단백질로 승부수를 띄우며 돌파구를 마련한 케이스다. 2018년 10월 출시한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필두로 유업계의 단백질 시장 확대의 포문을 열었다. 셀렉스 누적 매출은 출시 이후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셀렉스 목표 매출액은 700억 원이다.
단백질로의 카테고리 확장 효과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매일유업 역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4631억원으로 5.0%, 영업이익은 865억 원으로 1.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매출을 기록했다.
남양유업은 이너케어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 배달 이유식을 내세운다. 특히 지난해 론칭한 배달 이유식 '케어비'를 필두로 남양유업이 기존부터 해온 유아먹거리와 가정배달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런칭 이후 케어비 사이트 방문자 수는 200만 명, 체험고객 수는 2만 2000여 명을 돌파했다.
다만 ‘불가리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터라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짤지 주목된다. 과거 남양유업이 신사업 개척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 사업에서 확장하는 방향으로 카테고리 개발에 힘썼다면, 한앤컴퍼니는 '볼트온 전략'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힘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의 볼트온 전략은 이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사업과 새로 인수한 사업을 연결해 시너지를 꾀하는 것"이라면서 "남양유업이 보유한 배달 HMR 브랜드 케어비와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사업 중 대한항공 기내식을 합쳐 다양한 HMR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