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양아파트가 정밀안진전단에 돌입한다.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 벽에 부딪히거나 추진을 보류하는 등 재건축 시장 활기에 금이 가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노원구 상계동 한양아파트는 이날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을 통과한 뒤 정밀안전진단 절차에 속도를 내면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업체 선정에 들어갔다.
한양아파트는 492가구 규모로 1988년에 지어져 이미 준공 연한(30년)을 훌쩍 넘었다. 업체 선정 뒤 약 3개월간의 1차 안전진단을 진행하면 재건축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집값도 강세다. 이 단지 전용면적 86㎡형은 지난해 말 6억9000만 원에서 올해 1월 8억9000만 원에 손바뀜됐지만 현재 호가는 최고 9억8000만 원으로 10억 원에 육박한다.
상계동 일대는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다. 1980년대 중후반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하다 보니 곳곳에서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상계주공 6단지가 4월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D등급)한 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남겨둔 상태다. 지난달에는 1단지가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착수했고, 9단지가 이달 초 예비안전진단 D등급을 통보받았다. 하계동에선 장미아파트가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노원구에선 상계주공 1·3·9·11·13단지와 상계한양, 상계미도 등 10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노후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노원구 아파트값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게 뛰고 있다. 이번 주(14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상승했다. 7주 연속 0.2%가 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4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은 데 대한 풍선효과도 집값 급등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서울의 재건축 사업 추진 활기가 다소 가라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용히 힘을 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1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달리 취임 후 토지거래허가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시장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 9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통보받은 영향도 있다. 노원구에서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조건부 통과한 상계주공6단지가 제도 개선까지 적정성 검토를 보류키로 한 것도 재건축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근 A공인 측은 "정부와 서울시가 9월에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관련 법을 개정할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 정책적 움직임을 지켜보기 위해 신청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