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 주택 대신 사 주는 경우도
미국 전역서 550만 채 주택 부족한 상황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집을 구하던 한 매수인은 53만 달러(약 5억9000만 달러)짜리 주택 입찰 전쟁에서 2만5000달러를 더 불렀다. 최고가였는데 1만5000달러를 제시한 사람이 가상화폐 이더리움 10개를 함께 제시하면서 패했다. 당시 이더리움 가격이 3900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4만 달러를 더 써낸 셈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 엣시 페레즈는 “코인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 고객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면서 “우스운 일”이라고 허탈해했다.
주택시장의 수급 불일치가 최고조에 달하다 보니 웃돈은 기본이고 집주인의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원하는 집을 사기 위해 두 채를 매입하는 일도 벌어졌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장에 나온 주택 하나에 50명이 몰렸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인 토머스 브라운은 “내 고객이 원래 가격에 10만 달러를 더 주겠다고 했는데 같은 액수를 제시한 사람이 여럿이었다”며 “그러자 매도인이 집을 팔고 사려고 하는 다른 주택 가격을 내기로 했다. 결국 매수자는 50만 달러 집을 구매하는 데 10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 됐다”고 전했다.
브라운은 “가격에 관계 없이 각종 제안이 쏟아진다”면서 “본 적이 없는 광경인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이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3월 미국에서 원래 가격보다 100만 달러 웃돈을 얹어준 거래는 310건 발생해 작년보다 74% 증가했다. 50만 달러 웃돈은 예삿일이다. 940건을 넘어서며 작년의 두 배가 됐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기업인 질로우에 따르면 최근 미국 집값은 작년 대비 13.2% 급등해 199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오스틴은 30.5%, 피닉스는 23.5%, 솔트레이크시티가 20.6% 각각 뛰었다. 미국 50개 주요 도시 가운데 46곳이 10% 이상 급등했다. 안 그래도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웃돈까지 치러야 겨우 집을 구할 수 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주택시장의 이 같은 천태만상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택 공급에 원인이 있다. 컨설팅 업체 로젠그룹은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신축 주택 공급이 예년보다 적어 미국 내 주택 부족 물량이 550만 채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01~2020년 주택건축업자들은 한 해 평균 122만5000채 주택을 새로 지었는데 1968~2000년 한 해 평균 신축주택 공급 물량 150만 채에 크게 뒤지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