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세율 12.5%로, G7 합의 15%에 못 미쳐
미국 10대 기업 절반 철수하면 1만 개 이상 일자리 증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지난 5일 미국 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에 합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G7 정상회의에서도 참가자들이 수십 년간 계속된 법인세 인하 경쟁을 멈추고 최저세율을 설정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최저 법인세율 방안은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거쳐 올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들에 ‘조세회피처’로 통했던 아일랜드에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아일랜드 정부는 G7의 글로벌 조세제도 개편 움직임으로 인해 정부 예산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일랜드 정부는 2025년 법인세 수입이 기존 규정 그대로 적용될 때보다 20억 유로(약 2조7037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는 정부 전망치보다 더 큰 규모(35억 유로)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지난해에만 전체 세수의 약 5분의 1을 법인세에 의존했다. 이는 선진국의 2배에 달하는 의존도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해당하는 아일랜드 재정자문위원회는 미국 10대 기업의 절반이 아일랜드에서 철수하게 되면 30억 유로의 세수 손실이 발생하고,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년간 다국적 기업에 12.5%의 법인세율을 제시하며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유럽 법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화이자와 머크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회사 9곳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설치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에 이르기까지 미국 IT 대기업도 더블린에서 유럽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기 전까지는 다국적 기업들의 ‘관심 밖’ 국가였다.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석탄이나 석유 같은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았고 지리적인 이점도 없었다. 그러나 아일랜드가 1999년 24%였던 법인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해 12.5%까지 낮추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원자재나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필요 없는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아일랜드에 잇달아 유럽 법인을 세우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아일랜드는 기술과 자금 유입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교육수준까지 높이는 효과까지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