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지난 8일,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환경공단 송도사업소 자원회수센터.
갑자기 찾아온 찜통 더위 속에 수 십 명의 인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물 분류대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 센터와 바로 면한 서해바다에서 옅은 바람이 불어오긴 했지만,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 속에서 작업에 열중하는 인부들의 구슬땀을 식혀주진 못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은 자원회수센터. 인천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을 모아 처리하는 사실상 ‘쓰레기 광산’이다. 폐플라스틱, 폐스티로폼, 폐비닐, 폐지 등 쓰레기들은 최대한 압축을 해도 산더미다. 최신 통계인 2019년 기준, 국내 전역의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49만7238t이었으며, 이 가운데 인천에서만 3만1015t(6.2%)이 나왔다. 이 쓰레기들은 분리 작업을 통해 갈 곳이 정해진다. 재활용되지 않으면 모두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의 재활용률은 각각 82.6%, 98.9%, 62.5%로 갈수록 재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정 등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는 재활용률이 59.7%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사람이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데 드는 생활쓰레기 종류가 갈수록 다양하고 많아지고 있어서다.
현재 전국의 폐기물 매립시설은 총 302곳,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은 6억9713만7529㎥다. 앞으로 남은 매립용량은 2억8001만9229㎥, 연 1179만9321t. 하루 발생하는 쓰레기 49만7238t 중 매일 2만7679t의 쓰레기가 매립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연간 매립되어야 할 쓰레기 양은 단순 계산으로 1010만2835t. 매립용량은 거의 포화상태인 셈이다.
대체, 가정에서는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발생할까. 한국인의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1.09kg(2019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2인 맞벌이 가구인 상연 씨네를 들여다보자. 둘 다 직장 생활을 하는 고로 평소 마트에 직접 갈 시간이 없어서 배송 서비스를 애용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배송 단골이 됐다.
쇼핑을 좋아하는 아내는 수시로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새벽배송을 이용한다. 배송이 올 때마다 발생하는 박스와 스티로폼, 비닐포장재, 과일망, 캔, 유리병, 페트병 등은 며칠만 쌓여도 엄청난 쓰레기 산이 된다. 이 쓰레기 가운데 대부분이 플라스틱류. 연간 국내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 70~80%가 플라스틱류라고 한다. 우리가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플라스틱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진국일수록 쓰레기 매립률은 제로(0)에 가깝다. 소각을 통해 가스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활용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쓰레기 매립률은 6.1%, 소각률은 5.2%, 재활용률은 86.5%였다. 매립률과 소각률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1991년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화하고 나서 30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재활용 가능한 생활쓰레기 가운데 대부분이 부적절하게 분리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분리만 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자원들로 탈바꿈할 수 있는 쓰레기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새로운 자원을 생산한다고 산을 파헤쳐 민둥산이 늘어가는 사이, 우리는 ‘쓰레기 산’이라는 새로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노출되고 있다. ‘잘 쓰고 잘 버리는 것’, 인류가 자연에 차리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