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전, MBK·SKT 입찰 포기…롯데·신세계만 '군침' 왜?

입력 2021-06-07 16:43 수정 2021-06-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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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의 최종 인수 후보군이 전통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로 좁혀졌다. 40년 숙명의 전통 유통 라이벌이 이베이 인수전에서도 격돌한다. 7일 마감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본입찰에는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MBK코리아와 11번가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이 불참하고 롯데와 신세계만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 5조 몸값 부담? MBK·SKT 입찰 포기

SK텔레콤과 MBK가 입찰을 포기한 이유는 이베이의 높은 몸값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베이는 매각설이 처음 등장한 2018년부터 꾸준히 5조 원의 매각가를 제시했다. G마켓과 옥션 등 오픈마켓을 주 사업으로 하는 이베이는 쿠팡과 네이버 등의 공세에 최근 성장세가 둔화됐다. 한 때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하는 덩치를 자랑했지만 이제는 10% 대인 3위 사업자에 머물러 있다.

몇년 사이 온라인 쇼핑 시장 자체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했던 과거와 달리 신선식품과 빠른 배송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자체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사모펀드인 MBK가 굳이 무리해서 이베이를 손에 넣을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SK텔레콤도 자회사인 11번가가 아마존의 공동 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아마존과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한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아마존에서 파는 상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미리 입고해 배달을 담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11번가는 지난 3월 근거리 물류 IT 플랫폼 스타트업체인 ‘바로고’에 250억 원을 투자해 3대 주주에 올랐고, 4월에는 우체국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익일배송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파주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하는 당일 배송 서비스도 내놓으며 아마존과 협업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언제적 이베이인데 5조원은 너무 무리한 액수"라면서 "유통업을 업으로 삼는 롯데와 신세계나 들어가지 나중에 비싸게 팔아야하는 사모펀드 MBK나 주업종인 통신인 SK텔레콤이 그 정도 금액을 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 2~5% 점유율 롯데ㆍ신세계…이베이 놓치면 끝?

높은 몸값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신세계가 이베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커머스 사업 확대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2년전 SSG닷컴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시키며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지난해 SSG닷컴의 거래액과 시장 점유율은 각각 3조9000억원과 2%에 불과하다.

신세계가 거래액 20조 원과 시장점유율 12%에 달하는 이베이를 손에 넣으면 거래액 24조 원에 점유율만 14%에 달하는 온라인 공룡으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이는 네이버 점유율(17%)에 이은 2위 수준으로 13% 대의 점유율의 쿠팡을 뛰어넘는다. 특히 최근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마트로서는 온라인 거래액 단순합계로만 50조 원에 달하는 유통연합으로 거듭나게 된다.

주 사업인 오프라인까지 합치면 몸집은 더욱 불어난다. 지난해 순매출 22조 원을 기록한 이마트와 매출 4조7000억 원의 신세계, 1조3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를 합치면 단순 합계로만 매출은 28조 원에 달한다.

롯데 역시 지난해 4월 롯데온을 론칭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지만 힘을 못쓰기는 마찬가지다. 거래액과 시장 점유율은 각각 7조6000억 원과 5%에 불과하다. 이베이를 합하면 거래액 27조6000억 원에 점유율만 17%데 달하는 초대형 온라인 유통사로 과거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네이버 거래액 27조 원을 뛰어넘는 국내 1위 수준이며, 오프라인 사업까지 합치면 더욱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작년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순매출은 16조1843억 원으로 이베이의 작년 매출(추정치 1조30000억 원)을 더하면 단순 합계로 17조5000억 원에 육박한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를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경기를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인수하든 빅3 적자생존 가속화

이베이 인수전이 롯데와 신세계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재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커머스 빅3 구도가 더욱 굳어지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 업계는 일찌감치 소수의 업체만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예상됐다. 실제 최근 코로나19에 따라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떠올랐지만 수혜는 오롯이 상위업체의 몫이었다. 이베이 인수전에 롯데와 이마트가 적극 나서는 이유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만 2배 늘었고, 기존 1위였던 네이버쇼핑도 매출이 37.6% 뛰었다. 두 업체는 올해 1분기에도 각각 74%, 40.3% 치솟으며 가공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3% 남짓 느는데 그쳤고, 인터파크는 되레 뒷걸음질쳤다. SSG닷컴의 1분기 매출은 9.8% 성장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롯데온은 오픈마켓 전환 효과에도 불구 큰 변동이 없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7%에 달하는 한국의 높은 온라인 침투율과 일부 플레이어의 높아진 경쟁력을 감안할때 올해는 온라인 시장 재편의 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신세계와 롯데는 바잉파워 및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만, 삼자 물류(3PL) 배송을 쓰는 기업으로 전통 오픈마켓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통합과 배송 편의성 향상을 위한 추가 투자가 불가피할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인수전이 전통 유통 공룡간의 싸움으로 귀결되면서 승자독식, 적자생존이 더욱 빠른 속도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한동안은 상위업체의 공세와 하위업체의 방어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봤다.

한편, 이베이 매각의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주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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