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4~16일에 걸쳐 하나은행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현장조사에선 법률 자문과 피해자, 금융사와의 삼자대면을 실시한다. 금감원 분조위에 상정되기 위한 이전 절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라임펀드와 헬스케어펀드를 현장조사를 통해 먼저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대신증권과 부산은행 이후 하나은행도 라임펀드를 같이 보기로 했다. 분조위는 내달 초 라임부터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대신증권과 부산은행의 현장조사는 마무리됐고, 내주 하나은행까지 포함해 분조위에 올릴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라임·독일 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등 환매가 중단된 4개 펀드를 모두 판매한 은행이다. 이밖에 헤리티지 등 하나은행이 연루된 다른 펀드의 분조위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다. 다만 금감원은 상반기 안에는 하나은행 제재심 절차를 시작한다는 입장인 만큼 다른 펀드도 이달 안에 분조위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투자자들은 분조위 절차가 제재심보다 먼저 시작되는 점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ㆍ신한은행처럼 제재심 이전에 분조위를 개최하고, 분조위 권고를 받으면 제재 경감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밟을까 하는 우려다.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는 "사건의 실체와 내부 책임을 먼저 따지고 배상하는 게 타당한데, 제재심 관련 어떠한 일정도 징계 예고도 없이 분조위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재심을 먼저 진행해 징계를 예고하면 금융사들은 분조위 배상을 높여서라도 제재 수위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금감원 분조위가 금융사 제재의 면피용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의 추세를 보면 제재심보다 분조위 절차가 먼저 시작되고 있다. 제재심 위원들이 분조위의 분쟁조정 결정 내용과 금융회사의 피해구제 노력 등을 감안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3~4월 열린 신한·우리은행의 제재심도 분조위 결정을 본 뒤 최종 징계를 내렸다. 분조위는 회의에 앞서 배상안을 확정한 뒤 개최해 한 번에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제재심은 대심제로 진행돼 한 달가량 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도 일단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에 동의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CEO의 중징계 통보 시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이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 헤리티지펀드를 510억 원어치 판매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엔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 원), 라임 펀드(871억 원)를 팔았다. 2019년엔 디스커버리펀드(240억 원)를 판매했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펀드 수탁사로써 금감원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라는 기관 징계도 받은 바 있다.
업계는 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금감원이 강경 기조를 이어갈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차기 금감원장의 성향에 따라 분조위 수용 여부와 제재심 수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