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불가피하게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바꿔야 했던 재계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SK디스커버리는 최근 관계사 SK케미칼, SK가스, SK디앤디, SK바이오사이언스 등과 ‘스마트워크 센터’를 조성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 센터는 종로구에 있는 SK건설 빌딩 1~2개 층을 임대해 꾸릴 예정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임직원들의 외부미팅, 태스크포스(TF) 업무, 집중업무공간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를 비롯해 5개 회사의 본사는 모두 판교에 있다"며 "일하는 방식의 혁신 통한 고성과 조직 구축을 가속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센터 조성 비용은 23억 원 수준이다. 우선 2024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비용 분담은 각 사 구성원 비율에 따라 산정하기로 했다.
SK그룹에서는 지난해 최태원 회장이 “근무형태 변화의 경험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달라”고 주문한 뒤 다양한 형태의 근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와 투자전문지주사 SK㈜는 지난해부터 ‘스마트워크’ 체제를 운영 중이다. 유연한 시간제를 원칙으로 구성원이 각자 근무시간을 설계해 출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런 변화는 SK그룹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서울 종로구 계동사옥과 용산구 원효로 사옥, 동작구 대방 사옥, 강동구 성내 사옥을 비롯해 인천 부평구 삼산 사옥과 경기 안양 사옥과 의왕연구소까지 총 7곳에 약 400여 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 '에이치-워크 스테이션'(H-Work Station)을 열었다.
오피스 근무의 장점은 살리고,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다. 출퇴근 시간을 단축해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3분기에는 판교에도 100석 크기의 거점 오피스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에이치 워크 스테이션은 실시간 온라인 예약으로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전화 부스, 라운지 등 다양한 사무ㆍ휴식 공간도 있다.
LG이노텍도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에 첫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퇴근이나 출장 관련 이동시간을 줄여 업무 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KTX, 지하철, 공항 등 교통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주변으로 정했다. 지방ㆍ해외 사업장으로 이동이 잦은 임직원의 근무 특성을 고려했다.
임직원들은 전용 사무공간은 물론 공용 공간인 회의실, 포커스존, 라운지, 휴게 공간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거점 오피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곳은 통신 업계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근무 환경 덕분에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작년 4월 국내 최초로 분산 오피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ㆍ종로ㆍ서대문, 경기 성남 분당ㆍ판교 등 5곳이다.
KT는 지난달 서울 강남ㆍ서울숲ㆍ여의도ㆍ영등포ㆍ석촌ㆍ정동ㆍ서울대 인근 지역과 경기도 일산 등에 총 9곳의 분산 오피스를 열었다.
LG유플러스도 작년 말부터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마곡 사옥과 경기도 과천국사에서 분산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재택근무를 하기 어렵거나 장거리 통근을 하는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재택근무가 많이 도입됐지만,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이에 대한 피로도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본사 근무와 재택근무의 절충점으로서 거점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