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많은 시위대가 의회 앞에 모여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함과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르도록 요구했다. 긴급 재난 지원금 지급 연장,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아마존 열대우림 벌목 중단 및 원주민 보호에 대한 요청도 있었다.
좌파 진영이 주도한 이날 시위는 수도인 브라질리아,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대도시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로 벌어졌으며, 시민·학생 단체와 브라질변호사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브라질리아 시위에서는 거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 인형이 등장하는가 하면, 여러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대로변 교차로에 누워 대유행 희생자를 추도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야당과 노동조합, 사회 활동가 등은 이날 보우소나루 정부의 팬데믹 대응을 문제 삼으면서 책임을 추궁했다. 글레이지 호프만 하원의원(노동자당 대표)은 상파우루 시위에서 “현재 위기를 불러온 잘못은 전부 보우소나루에게 있다”고 비판했으며, 사회주의자유당의 길례르미 보울루스 대표는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대선까지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순 없다”고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부터 코로나19를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거듭하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과 록다운(도시 봉쇄) 등의 감염 대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샀다. 지난 17일에는 지방정부의 봉쇄 조치를 준수하는 사람들을 향해 “아직도 집에만 있는 바보들”이라면서 되레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느슨한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속에서 브라질의 코로나19 상황은 날로 악화했다. 브라질의 누적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600만 명을 넘어 세계 3위에 올랐으며, 사망자 수도 46명 이상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의료시스템 역시 감염자 급증으로 붕괴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 하에서 이뤄졌으나 몇몇 지역에서는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브라질 북동부 레시페에서는 경찰이 고무탄이나 최루 가스 등을 사용해 시위 참가자에게 대응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다른 지역인 헤시피시에서는 시위대의 행진을 막으려던 경찰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의원을 비롯한 일부 시위대가 다쳤고, 주지사는 즉시 경찰 책임자를 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