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규제 2.9%만 폐지…일몰제 사실상 무용지물"

입력 2021-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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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사 결과…"호주 규제 신설 후 10년 지나면 무조건 폐지 원칙"

▲일몰규제 심사결과 현황.  (사진제공=전국경제연연합회)
▲일몰규제 심사결과 현황. (사진제공=전국경제연연합회)

우리나라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규제일몰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에 도입된 규제일몰제는 규제가 만들어질 당시와 비교해 규제 타당성이 없어졌는데도 규제가 지속해 부작용만 양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재검토형 일몰 규제 심사 결과 총 9200건 중 2.9%인 266건만 폐지됐고 93.4%는 규제가 연장됐다.

일몰 대상 규제는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규제 존속 필요성이 “규제가 필요하므로 존속할 필요가 있다”라거나, 일몰 연장의 필요성이 “주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므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로 처리되는 예도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실제 유통산업 발전법상 대형마트 출점제한 규제는 한미 FTA 통상마찰 우려를 고려해 2010~2013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까지 3년 일몰 연장, 다시 2020년까지 5년 일몰을 연장했다.

2020년 말에는 2025년까지 일몰 기간을 연장해 사실상 규제를 영구화하고 있다.

일몰제 운용과 관련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실제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결과에 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심사결과에 대한 전체 통계와 주요 정비사례만 규제개혁 백서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일몰 규제의 연장 여부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내용을 모르고 일몰 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다.

일몰을 전제로 규제를 쉽게 도입한 후 연장, 재연장을 거쳐 사실상 존속기한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일몰 설정이 해제되는 경우도 많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규제를 유지ㆍ개선하기로 결정된 재검토형 일몰 규제 8589건 중 21.7%는 일몰 설정이 해제됐다.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규제 시행 후 10년이 지나면 규제를 자동으로 폐지하고 있다.

실제 호주는 입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첫 번째 4월 1일 또는 10월 1일에 자동으로 폐지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규제 신설과 같은 재입법 절차를 거쳐 기존규제를 대체해야 한다.

의회가 정부 규제를 승인하지 않으면 해당 규제는 즉시 효력을 상실하고 6개월 이내 동일내용의 규제는 재입법하지 못한다.

호주정부의 일몰제 시행 결과 사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 시한이 2012년 4월 1일부터 2018년 10월 1일까지인 일몰 대상 규제 중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다.

28%는 일몰기한 도래 전 폐지됐으며 38%만 대체입법이 만들어졌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효력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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