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로 산업 전환이 가장 가시화된 업종 중 한 곳을 꼽자면 자동차 부품업계다. 환경 규제로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시기가 가까워졌고 전기차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대다수 국가는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 내연기관 차 판매를 금지한다. 중국과 일본도 2030년대 중반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이다. 이와 맞물려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약 111만 대에서 지난해 약 294만 대로 늘었다.
일부 자동차 부품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에 따른 사업재편승인 절차를 통해 사업 재편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1차 벤더 업체인 세종공업은 수소차ㆍ전기차 부품 생산업체로 사업을 재편 중이다. 이를 위해 수소차 연료전지 금속분리판과 전기차 배터리 모듈 양산 설비 구축에 나섰다. 세종공업은 내연기관차 배기가스정화기ㆍ소음기 등을 생산하던 업체다.
자동차 내외장재 플라스틱 사출품을 생산하는 에코플라스틱은 하이퍼 플라스틱을 활용해 초경량 차체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차 오일탱크 제조업체 동희는 수소탱크 모듈과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시장으로 넘어간 상태다.
자체적으로 미래차 부품사로 전환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차 지붕에 짐을 싣는 용도로 설치하는 '루프랙' 생산업체 알맥은 기술 투자를 통해 전기차 모노 프레임 시장에 진출했다. LG화학에 배터리 케이스도 납품하고 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에서 2030년까지 1000개 부품사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1차 벤더를 중심으로 보면 사실상 모든 부품사가 지원 대상이다.
다만 지원 시기가 문제로 남는다. 홍석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25년까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는데 2024년까지 미래차로 진입한 부품사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에 진입하는 부품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 부품사들 처지에서는 빨리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대응에 나섰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차 전환을 놓고 노사협의를 진행하는 부품사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금속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산별교섭에서 '산업 전환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운동도 '분배 투쟁'에서 '비전 투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고도 성장기에는 노조의 투쟁이 임금인상을 얼마나 하고 복지를 어떻게 윤택하게 할지 이야기하면 됐고 그것이 노조의 근본적 기능이기도 하다"면서 "산업이 저성장을 하거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국면에서는 미래 자체가 불투명하고 분배할 과실이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노조는 어떻게 이바지하고 무슨 역할을 할지를 두고 교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