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만 상소한 경우 전보다 무거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더라도 형량을 가중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입주자대표회장과 언쟁을 벌이다가 밖으로 나가던 중 문을 세게 닫아 뒤따라오던 피해자가 출입문에 끼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범행 전후 경위를 보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만 항소한 2심에서 검사는 과실치상을 상해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허가했다. 피해자가 뒤따라 나오지 못하도록 A 씨가 출입문을 밀어 끼이게 했다는 취지다.
2심은 상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1심보다 가중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상해죄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피고인인 A 씨만 항소한 사건에서 형을 가중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재확인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상소하거나 피고인만을 위해 상소한 사건에 대해선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며 “피고인만이 항소한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에 의해 공소사실이 추가·철회·변경된 경우에도 불이익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