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비수도권에서의 감염이 이어지는 데다 ‘감염경로 불명’ 비율도 30%에 육박해 상황은 악화일로다. 여기에 전파력이 훨씬 센 것으로 알려진 해외 유입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고 있어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를 775명이라고 발표했다. 평일 대비 검사건수가 대폭 줄어드는 주말·휴일 영향이 사라지면서 다시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보통 주말과 주 초반에는 비교적 적다가 주 중반부터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방역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어제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총 630명으로, 전날보다 82명 적었다.
자정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것을 고려하면 오늘 29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되는 늘어날 것을 밤 9시 이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추세를 고려하면 700명 안팎, 많으면 700명대 초중반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300∼400명대를 유지했던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500∼700명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1주일간은 하루 평균 확진자 규모는 678명꼴이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1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648명으로, 거리두기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범위에 속해 있다.
방역당국은 향후 2주 이내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800명 이상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장, 학교, 목욕탕 등을 고리로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관악구 화장품방문판매업(누적 13명), 경기 고양시 견본주택(10명), 남양주시 교회(11명), 성남시 육가공납품업체(16명) 등에서 집단감염이 새로 발생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충남 천안 제조업 회사 2곳(29명), 경북 안동 일가족-지인(16명), 대구 중구 교회(18명), 대구 동구 고등학교(7명), 부산 부산진구 목욕탕 두 곳(11명, 7명) 등에서 집단발병이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2주간 방역 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는 총 9259명으로, 이 가운데 29.9%인 2772명의 감염 경로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당국이 지난해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앞서 지난 26일 29.6%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2일 만에 경신됐다.
변이 바이러스도 문제다.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전날을 기준으로 535명이다. 이들과 역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사람 615명까지 합치면 사실상 주요 3종 변이 감염자는 1150명에 달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더 확산할 것에 대비해 내달 3일부터 새롭게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은 ‘현 단계 유지’와 ‘단계 격상’을 두고 팽팽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환자 증가세에 대비한 의료대응 여력이 현재로는 충분하다’는 평가와 ‘환자 수가 계속 누적되면 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상당히 팽팽한 상황”이라며 “이런 다양한 평가와 의견을 수렴해 거리두기 조정과 관련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