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입력 2021-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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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현대차증권 분기보고서 중간에 적혀 있던 글귀다. 해당 보고서는 2019년 11월 14일 대중에 공개됐으며, 그냥 봐서는 보이지 않도록 배경과 같은 흰 글씨로 적혀 있었다. 드래그해서 배경이 검게 돼야 드러난다. 이런 사실은 지난 23일 업계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발견해 이를 주위에 알리며 주목받았다.

혹시나 박봉인 걸까. 같은 해 현대차증권 평균 연봉은 1억 300만 원이다. 공시 담당자가 속할 것으로 추정되는 본사 관리직의 경우 평균 연봉 9500만 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적지 않은 연봉 수준과 똑같이 흰 글씨로 ‘현대차증권 화이팅!’이란 애사심 넘치는 문구를 적어 넣은 것으로 봐서 회사에 특별한 불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글이 적힌 분기보고서 캡처 화면을 보면서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가 떠올랐다. 그는 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일 욕심 많고 일도 잘하기로 소문난 젊은 직원이었다.

“떼돈 벌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울컥했다. 격한 공감이 느껴진 탓이다. 누구나 돈은 많이 벌고 싶어 한다. 연봉이 높거나, 낮거나 혹은 적당하다고 해도 이와 별개로 ‘더 많은 돈’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많은 이들이 ‘더 많은 돈’을 위해 주식 등에 투자한다. 최근 주식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고, 1분 기준 하루평균 거래대금 2조71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진기록이 새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자들이 있다.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유가증권을 활용해 사익을 챙기고 정작 회사는 상장폐지로 몰고 가는 이들이다. 최근 감사의견을 거절당한 여러 기업 중에서도 이런 기업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증권 시장은 과거보다 눈에 띄게 깨끗해졌지만, 아직도 이런 사례는 있다.

언젠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근무했던 검사와 이야기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주식 시장에 장난치시는 분들 많잖아요”라고 운을 띄우자 그 검사는 “그렇게 잡아들였는데 아직도 많아요?”라며 놀랐다.

아직도 많다. 사업을 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예 회삿돈이나 주가 부양을 통한 ‘한탕’이 목적인 이들은. 물론 그들도 마음은 똑같다. ‘더 많은 돈’이 벌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노리는 것은 개인투자자 눈물에 절은 돈이다.

투자에는 당연히 위험이 따른다. 사전 공부도 필수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개인의 비위로 회사가 상장폐지되는 일은 없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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